뭐 이건 흔히 나오던 반응이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의 병역 의무가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사람들은 상당히 많다. 국방의 의무야 대부분이 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 시스템의 부당함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받아들이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려는 방향으로 행동하곤 한다. 문제는 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난 이후다. 국방의 의무를 겪고, 그 시스템이 가져온 개인의 희생에 대한 불만의 표출을 다른 대상에게 퍼붓는 경우가 허다하다. 군대얘기만 나오면 여자는 까인다. 우리가 얼마나 희생과 고생을 했는데, 너네는 우리가 군대갔다 올 시간에 자기개발 하고 있잖아 등의 이야기로. 허나 분명한 것은 여자가 우리보고 자기들 지켜달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나라를 지켜달라고 요구한 것은 국가다. 그리고 이런 개인의 희생을 강요한 주체 역시 국가다.


MC몽은 국방의 의무를 국가의 시스템을 악용해 군대를 합법적(?)으로 피해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가 결국 유죄를 선고 받았고, 그가 악용한 법은 바뀌었다. 사람들은 MC몽을 죽어라고 까고 있다. 너 때문에 법이 바뀌어서 진심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병역을 연기하거나, 아파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어려운 사람들까지 군대에 가게 생겼다고. 허나 이 시스템을 바꾼 주체는 MC몽이 아니라 국가다. 국가는 그 법이 가지는 사회적인 가치 보다 MC몽의 악용 사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법을 바꿔버렸다. 이건 사실 국가의 잘못이지 MC몽의 잘못이 아니다. 바뀐 법이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MC몽을 욕할 것이 아니라 국가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만, 사람들은 MC몽만 까기 바쁘다. 이런 현상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국방의 의무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의 내면과 의식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보게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국방의 의무를 시행하는 국가라는 존재에 절대 복종하는 많은 개인을 보고 있노라면 더더욱 무섭고 놀라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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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봄, 한 낮의 우울)


나는 유년시절을 아버지 없이 보냈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돈을 버는 소위 기러기 아빠였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일하는 것이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선견지명이 옳았던 것일까? 98년 IMF가 터지고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움츠리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은 그 여파를 거의 겪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부유한 것도 아니어서 어머니는 몸이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러 다녔다. 아버지가 아셨다면 불같이 화를 냈을 테지만, 어머니는 우리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몰래 일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일이 부유하지 않은 집안 살림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알아주는 사람들과 섞이고 싶었던 엄마의 간절함이 일을 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확실히 혼자였다. 아픈 몸을 관리하는 것도, 자식을 돌보는 것도. 집안일을 책임지고 하는 것도 모두 엄마의 몫이었다. 그래서 사실 엄마는 일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 분명했다. 하지만 엄마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어떤 식으로든 집에서 나갈 명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결국, 엄마는 집에서 가까운 봉제공장에 취직했다. 그 때문에 우리(여동생과 나)는 한동안 질려서 토를 할 때까지 저녁을 짜장면만 먹어야 했다. 저녁 늦게 돌아오는 엄마를 기다리며 짜장면을 먹는 시간이 늘어났고 날이 갈수록 짜장면의 면도 불어갔다. 엄마가 없는 집이 불안했고 엄마가 없어서 마음 한 켠이 외로웠지만, 엄마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엄마에게 일은 소중했던 것 같다.


난 엄마에게 좋은 기억이 없다. 엄마에게 사랑받았던 기억도 없고 엄마가 나를 꼭 안아 준 기억도 없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엄마는 나에게 폭력적이고 무서운 존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나를 무자비하게 때렸던 엄마. 침대 구석에 몰아넣고 발로 밟았던 엄마. 체중계를 들고 몇 시간을 서 있게 한 엄마.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체벌했던 엄마. 파리채가 부러지도록 종아리를 때렸던 엄마. 오락을 좋아하는 나의 손을 잘라버리겠다면서 도마 위에 내 손을 올려놓고 칼을 들이댔던 엄마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나는 혼자 살면서 건강을 챙기고 우리를 감당해야 했던 엄마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스트레스가 나에게 향한 결과라고, 저 사건을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여동생은 때리지 않고 유독 나만 맞았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나도 참 말 안듣는 아들놈이긴 했다.)


그렇게 살던 엄마가 어느 날부터 집에 남자를 들이기 시작했다. 우리 집 빌라 지하에 살던 이웃과 친했던 남자. 그 남자와 엄마는 우리와 함께 놀이공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방학 때마다 아버지가 계신 일본에 가서 디즈니랜드에 놀러 갔었던 그런 시간을 그 남자와 보냈고, 남자는 엄마와 친해졌으며 같이 술을 먹기도 했다. 그리고 남자는 우리 집에 와서 잠까지 잤다. 엄마가 즐거웠는지 어땠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남자가 우리와 만나는 빈도수가 늘어났고 집에 오는 일도 잦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귀국한 아버지. 그리고 어느 날 밤, 잠에서 깨어 보니 아버지는 엄마를 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나에게 엄마의 존재는 사라졌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같이 일하던 중국 여자와 바로 재혼을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날부터 지금까지 새엄마라는 존재를 엄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내 유년시절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던 엄마의 존재를 빼앗긴 것 같은 느낌에 아버지를 증오했고 새엄마라는 존재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확히는 증오는 다 빠져나가고 뭐 그래 자기네들 인생인데 뭐? 라는 체념정도로 바뀌었달까?


난 지금도 엄마와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혼 이후에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이 다 모여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서 오해를 풀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어떻게든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지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그때 왜 그랬었냐며 엄마와 아빠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하지만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엄마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친한 동생이 보러 가자고 하여 내용이 뭔지도 모른 채 가서 봤다가 기분이 묘해진 저 연극. 클라이막스에 꺽꺽거리며 우는 사람들의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어서 더욱 불편했던 그 연극. 그들은 어디에서 울었던 것일까? 딸을 잃고 정신적으로 의지할 곳도 없이 집안일만 하면서 바람난 남편을 기다렸던 부인이 결국에 남편 앞에서 자살을 이야기할 때? 부인이 남편의 여자 이야기를 계속 물으며 자신과의 존재를 비교할 때? 잃어버린 딸이 죽었으나 곁에 살아있다고 믿으며 행동할 때? 자살하면서도 남편의 건강과 안위를 걱정할 때? 글쎄. 잘 모르겠다.


부모 된 입장이라면 뭔가 다른 느낌이 올 것 같지만, 그럼에도 저 연극이 공감되고 이해된다면 사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차라리 조울에 가까운 감정 기복이 난무한다고 평가하는 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 연극을 보고 운다는 것은 저러한 부인과 저러한 가족이 꽤 존재한다는 것이고, 누군가는 또 그런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일 테니까. 저 끔찍하여 도저히 정상적으로는 살 수 없는 삶을. 그래서 저 연극을 보고 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불편하고, 저 삶을 나는 이해하지 못 울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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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성

단상/종교 2014. 10. 8. 17:28

교회에서 성이라는 것은 참 다뤄지지 않는 주제이다. 나도 교회를 다녔었지만, 교회에서 성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 지 모르겠다. 물론 이성교제 강의라는 뻔한 내용의 이야기들은 가끔 이루어진다. 성인이 되고 대학생활을 막 시작한 청년들에게 단연 이성교제는 최대의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주기적으로 이성교제와 관련한 강의는 하게 된다. 하지만 몇 년 그 강의를 듣고 나면 바보라도 알게 된다. 기독교가 성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말이다.


3말4초라는 말을 아는가? 사실 이 용어가 종교단체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특정 종교단체에서는 굉장히 흔히 사용되는 말이다. 3말4초. 즉, 3학년 말에서 4학년 초에 연애를 시작하라는 지침같은 것이다. 왜 굳이 3학년 말에서 4학년 초인가? 그 시기가 그나마 인격적으로 성숙하여 사랑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이 시기에 성숙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저 말은 사실 종교단체가 가지는 이성교제의 생각에 대한 상징적인 단어다. 즉, 성숙할 때 연애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성숙은 사랑할 준비가 된 어느 시점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결혼과 연결된다. 결국 저 말은 결혼할 준비가 된 사람들만 사랑하라는 어떤 암묵적인 용어다.


이걸 개소리라고 할 신앙인도 있을 수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개신교는 결혼 이전의 어떠한 스킨십이나 성관계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이 주장하는 올바른 성관계와 연인의 모습은 오로지 결혼이라는 제도와 하나님의 허락안에서만 완전해진다. 그 외 나머지는 다 음욕이며, 음란이고 죄가 된다. 아 물론 이성교제 자체가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연애? 결혼을 전제하지 않고도 분명 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그 연애속에서 성적인 요소를 제거하라고 압박한다. 결혼을 약속하지 않은 사람들의 성적인 모든 행위는 죄악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누구든 사랑을 하면 연인의 몸을 만지고 싶고 같이 자고 싶다. 허나 교회는 절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현실과의 커다란 괴리가 발생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과 자고싶은 마음은 너무 자연스럽다. 그 사람을 만지고 싶고, 보고 싶고, 냄새맡고 싶고. 이런 마음은 사랑하면 할 수록 점점 커진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죄'라는 이름이 사랑을 하고 있는 신자들을 압박한다. 신자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그리고 누군가는 상대방을 좋아하여 생긴 이런 감정을 철저하게 부정하기도 한다. 자신의 사랑을 더럽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끊어내고자 애쓴다.


그들은 최대한 연애를 미루라고 권한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던가? 같은 공간에서 아픔을 나누고 함께 활동하고 시간을 보내면, 사랑이 싹트고 정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서로의 모든 것을 원하는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허나 그들은 이것이 죄악의 길로 들어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도 사랑의 과정에서 서로를 원하는 감정이 섹스로 이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 자체를 잘못되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무슨 죄인가? 허나 이 감정이 절정에 다다른 결과가 섹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은 연애를 하는 것을 두렵게 한다. 그래서 결국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연애를 일정기간 포기하는 것이다. 시기가 아니라는 말로 말이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그게 맘대로 되나?


이런 상황에서 신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없다. 믿음을 포기하든지, 자신의 사랑하는 감정을 어떤식으로든 억누르든지, 아니면 감추고 가든지. 허나 어느 것도 교회에 득이 되지 않는 선택지다. 믿음을 포기하는 것은 결국 교회를 떠나는 것이고, 사랑하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자신의 좋아하는 감정을 스스로 왜곡하는 것이며, 사랑하는 현실을 감추는 것은 자신만의 은밀한 영역을 만들어 신앙과 분리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신자의 고통과 수치심을 유발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앙공동체는 신자들의 성문제에 대해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공간이 되어버린다. 신자들은 자신들의 성을 토로할 수 없다. 결혼이라는 약속이 없는 모든 성에 대해 죄라는 딱지를 붙인 공간은 더 이상 신자들의 성 문제를 보듬어주지 않는다. 거기엔 자비도 관심도 없다. 성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냉정한 심판의 칼만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몇일전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을 다룬 숨바꼭질이라는 책을 다 읽었다. 숨바꼭질은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을 통해 한국교회가 처한 문제의 본질을 끄집어내고자 했다. 책의 분석은 꽤나 날카로웠고 구구절절 맞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책을 읽고 나는 뭔가 빠졌다는 생각을 했다. 그 책은 교회라는 공간이 성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고 있지 않았다. 사실 전병욱 목사의 사건이 지금까지도 해결이 되지 못한 것에는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없었던 것이 상당히 크다. 피해자들은 목사를 고소하지도 못했고, 주변사람들에게 피해사실을 말하지도 못했다. 오랫동안 아픔과 삶을 나누는 팀원들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 문제를 단순히 교회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과 성공한 목회자의 높디높은 권위라는 측면으로만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이 책은 피해자들의 수치심의 측면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끊임없이 성에 대해 거룩함을 강요받은 신자가 교회라는 공간에서 당한 성추행으로 인해 발생한 수치심은 일반적인 성적 수치심보다 그 강도가 더 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성이라는 것 자체를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는 교회의 문화속에서, 그들은 성적인 범죄사실 자체를 누구에도 말할 수 없는 그런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사건은 끝끝내 당사자가 아닌 당사자의 지인과 제 3자에 의해서 드러났다. 당사자들 중 어느누구도 직접적으로 행동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못한 것에는 결혼 이외의 성에 대해 죄악됨으로 취급하는 한국교회의 성 가치관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난 생각한다.


교회가 성적으로 건강해지려면 분명 성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물론 난 이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 교회가 미쳐서 성경을 다른 기조로 해석하지 않는 이상, 성에 대한 기독교의 단호함은 앞으로도 계속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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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3분기 일드도 거의 다 막을 내렸다. 사실 이번 분기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워낙 땡기는 작품이 없기도 했고, 지난 분기의 작품도 보다가 말았던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분기에는 그 유명한 히어로 시즌2가 있었기 때문에 일드를 보는 사람들의 관심을 왕왕 끌었지만, 나로선 히어로를 안 봤으니.


그래도 보던 습관 때문인지 기웃거리다 발견한 게 젊은이들. 배우들이 하나 같이 주연급으로 유명해서 엄청 기대를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2회만에 시쳥률이 곤두박질쳤고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도 이게 무슨 전원일기 같은 느낌이냐는 혹평을 받았지만, 난 전혀 그런 걸 느낄 수가 없었다.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원작을 살려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설사 그로 인해 옛 느낌이 난다고 하더라도 뭐 어떤가? 드라마인 것을?


다만 젊은이들이라는 제목에 맞지 않은 설정이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준 것 같다. 부모가 지어 준 낡은 집에서 형제끼리 모여 산다는 설정이 누군가에게는 진부할 수도 있고 억지 설정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을테니, 뭐 그럴 수도 있겠다. 게다가 주인공 중 가장 큰 형인 사토 아사히(츠마부키 사토시)의 1화 모습은 질릴 정도로 가부장적인 마인드로 도저히 요즘 젊은 세대와는 맞아 떨어지기 힘든 인물 설정이다. 이러니 1화를 보고 질려 떨어져 나간 시청자도 꽤 있으리라.


하지만 이런 점을 차치하고 보면 분명 이 드라마는 꽤 좋은 드라마다. 젊은 세대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내기위해 가족이라는 요소를 사용한 것도 괜찮았고, 그 내용의 진행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드라마의 진행속에서 정말 다양한 감정들이 오고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잔잔한 진행속에서 느껴지는 여러가지의 커다란 감정들.


게다가 배우들이 화려해서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정말 내용은 특별할 것 없이 잔잔했음에도 정말 몰입하면서 봤고 작은 감동과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준 드라마였다. 2014년에 본 일드 중에 가장 베스트로 기억될 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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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전 2경기에서 삼화의 Pawn 선수에게 솔킬을 당하고 멘붕을 한 페이커..)


요즘 한창 롤 인벤의 게시판은 SKT K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다. 작년 롤챔스와 롤드컵을 쓸어버린 팀이 1년도 되지 않아 롤드컵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상상이나 했는가.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인 이들이 다음 롤드컵에 나가지도 못할 것이라고. 그러나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롤드컵을 우승한 팀은 다음 롤드컵에 나오지 못한다는 징크스는 그대로 유지되었다.(프나틱이 그랬고 TPA가 그랬다.)


당장 지난겨울만 해도 이 팀은 롤챔스에서 무패 우승을 했다. 그런데 봄이 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전 시즌에 전승 우승을 한 무적의 팀 경기력이 흔들리자 사람들은 의심했다. 이럴 리가 없어. SKT K가 무너진다니 있을 수가 없다고 사람들은 믿었고 그래서 나온 것이 '조작'이라는 단어였다.


사실 그런 소리를 들을 만큼 SKT K는 잘했고, 누구도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다른 팀들은 SKT K를 두려워했고, 그들 앞에서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무적의 팀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우승팀은 철저하게 타 팀의 분석을 당하게 되어있다. 특히나 우승을 노리는 다른 팀이라면 말이다(삼성이 아마 가장 SKT K를 열심히 분석하지 않았을까?). 타 팀의 전력 분석과 그에 따른 대처는 SKT K를 언젠가는 괴롭힐 것이 분명했고, 그에 따른 SKT K의 주춤함도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 주춤함이 너무 빨랐고 사람들의 기대를 너무 빨리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그럼 SKT K의 불안요소는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SKT K를 급격한 하락세로 만들었는가?


서포터로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푸만두


시즌4에서 서폿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특히나 요즘 같은 경우 탑이 하던 역할까지 일부 흡수하고 정글이 하는 역할까지 흡수하면서 전천후로 활약해야 하는 포지션이 되었다(이니시, 갱, 맵장악, 원딜외 기타 딜러 보호 등등). 이 중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팀은 약점에 노출되기 때문에 서포터의 역량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럼 푸만두는 어떤가? 푸만두는 굉장히 공격적인 서포터다. 그가 해서 흥했던 서포터를 생각해보라. 애니, 자이라와 같이 서포터임에도 라이너에 맞먹는 순간 딜량을 뽑아내는 것이 가능한 챔프를 푸만두는 즐겨 했다(물론 나미와 쓰레쉬도 있으나, 쓰레쉬의 경우 주로 밴당했다.). 시즌3에 푸만두는 이런 서포터로 팀의 이니시를 주로 담당했다. 앞 점멸 후 궁을 통해 이니시를 열어 최대한 스턴과 딜을 넣고 죽는 게 SKT K에서 푸만두의 역할이었다.




(지난 롤챔스 윈터 KT Bullets와의 2경기에서 푸만두의 점멸에 이은 3인 궁. 이런 플레이가 푸만두의 전매특허였다.)


문제는 이런 플레이가 우리팀이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안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굉장히 위험한 플레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전승 우승을 한 롤챔스 윈터 당시에도 푸만두는 정말 잘 죽는 서포터였다. 페이커와 더불어 앞라인에서 상대방에게 이니시를 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덕분에 이니시는 환상적이었으나, 거의 먼저 죽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니시 이후 들어오는 페이커의 압도적인 딜량에 다른 팀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면서 한타를 이기는 그림이 계속 나온 것이다. 하지만 페이커가 마무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푸만두의 이런 포지션은 피글렛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실상 SKT K에서 피글렛을 지켜주는 사람은 벵기정도 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이니시와 딜에 집중할 뿐 피글렛을 지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글렛이 쉽게 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어그로를 페이커와 푸만두가 다 끌어주었고 순삭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미드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원딜의 캐리력이 올라간 작금의 현실에서 피글렛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으나 피글렛을 지키는 푸만두의 역량은 상당히 부족해보인다.


라인전이 약한 피글렛


피글렛은 원래부터 라인전이 강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T K의 봇라인이 밀리지 않았던 이유는 라인스왑 또는 라인전에서부터 압도하는 봇 조합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예컨대 피글렛이 베인을 가져갈 경우 SKT K는 반드시 라인 스왑을 했다. 반대로 라인 스왑을 하지 않는 경우 피글렛은 거의 케이틀린을 선택했다. 케이틀린은 원딜 중 가장 사거리가 길다. 게다가 푸만두가 자이라나 애니를 하면 봇의 딜교, 라인 푸쉬 싸움에서 절대 질 수 없는 조합이 나온다. SKT K의 봇 전략은 이것이 핵심이었다.


피글렛 하면 베인을 떠올리지만 사실상 피글렛에게 가장 잘 맞았고 안정감이 있었던 챔프는 케이틀린이다. 긴 사거리를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절대 맞지 않는 거리에서 딜을 할 수 있는 케이틀린은 혼자서 놀기에 부담이 없는 챔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메타에서 원딜은 안정성만 있어서는 안 된다. 트위치 코그모와 같이 순간적인 폭딜을 통해 상대방을 녹이거나 이니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근데 이런 챔프는 당연히 안정성이 떨어진다. 라인전에서부터 약하며, 크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그에 따른 서폿의 존재와 중요성은 커진다. 한타에서도 마찬가지다. 폭딜을 넣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며 그 적극적인 움직임에는 지켜주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서폿이 든든하게 자신을 지켜주고 있어야만 원딜의 적극적인 딜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푸만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푸만두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형적인 서포터가 아니다. 이니시에이터에 가까운 공격형 서포터인 것이다. 피글렛을 지키면서 이니시를 한다는 것이 푸만두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결국, 피글렛도 푸만두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속에서 포지션을 잡고 딜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버린다. 한타에서 피글렛의 포지션이 어정쩡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라인전이 약한 피글렛과 공격적인 성향이 높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푸만두의 조합은 현 메타에서 사실상 최악의 조합이다. 푸만두는 먼저 죽게 되고 피글렛은 도저히 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어정쩡한 포지션만 잡다가 죽게 되는 것이 지금의 SKT K의 현실이다.


서포터형 정글러 벵기


벵기는 전형적인 서포터형 정글러다. SKT K의 맵장악의 핵심에는 벵기가 있었다. 벵기는 정말 와드를 잘 박는 정글러 중 한 명이다. SKT K가 상대의 푸쉬나 갱에 적절한 대처를 하거나, 기가 막힌 타이밍에 용을 먹고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었던 이유다. 그에 반해 갱킹력은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닌데 이는 SKT K의 강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다. 게다가 자신 또한 정글을 꾸준히 먹고 다니니, 상대 정글러 보다 더 잘 클 수밖에 없었고 이는 한타에서 강력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요즘 정글러의 갱킹은 맵장악만큼이나 그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유는 미드의 로밍 영향력이 줄었기 때문이다(물론 최근에는 다시 미드의 로밍 영향력이 높아졌다. 포킹 챔프의 너프, 논타켓 스킬의 리스크 증가와 더불어 AD템의 상향, 확정 타켓 스킬이 많은 AD 챔프가 리스크가 덜하기 때문이다.). 탑은 텔포를 들고 다른 라인에 힘을 싣는 상황에서 결국 균형을 무너뜨리는 변수는 정글러에게 달려있다. 근데 벵기는 예전부터 변수를 만들어내는 정글러이기보다는 변수를 차단하는 정글러였다. 맵장악을 바탕으로 기가막히게 커버를 가거나 정글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풀어나간 것이다. 결국, 갱킹력이 약했던 벵기의 문제는 갱킹을 바탕으로 변수를 만들어내는 요즘 메타에서 문제가 되었고, 한 때 세체정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만들었던 벵기의 정글링에 대한 엄청난 비판으로 이어졌다.


주춤한 페이커(또는 성장한 다른 미드 플레이어들)


이런 라이너들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있으나, 사실 SKT K 부진의 가장 큰 핵심에는 페이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K팀의 강함이라는 지분 대부분을 페이커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약점을 다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페이커는 강했다. 상대 미드를 라인전에서부터 완전히 무너뜨렸고, 이를 바탕으로 한타에서 완전히 상대 미드를 무력화시켰다. 5:5 싸움이 마치 4:5인 것과 같은 기적을 페이커는 매 경기 만들어 냈다. 그런데 그런 페이커의 압도적인 모습이 요즘에는 나오지 않는다.


페이커의 압도적인 모습이 나오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말들이 있다. 페이커가 잘했던 챔프(아리, 리븐, 제드, 그라가스, 니달리 등)의 너프를 말하기도 하고 같은 팀원이 라인전에서부터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누구도 페이커의 문제를 지적하지는 않는다. 페이커는 여전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페이커는 미드를 압도하지 못한다. 왜 페이커는 여전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미드를 찍어 누르지 못하는가?


사실 이런 질문 자체가 너무 무리한 질문임에도 페이커이기 때문에 던지게 된다. 비정상적으로 라인을 압도했던 페이커가 다른 미드라이너에게 따라잡히는 모습을 팬들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페이커를 중심으로 미드가 상향평준화 되었다는 점이다. 다데, 폰, 꿍 등 내로라하는 팀들의 미드 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고 이들의 실력은 팀을 캐리하게 충분하다. 게다가 페이커에게 지지만 않으면 팀이 나를 받쳐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팀들이 페이커를 찍어 누르려 하기보다는 버티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게 되면서 타 팀 미드의 안정성은 더욱 강화된 것이 사실이다(덕분에 미드에서 솔킬을 내는 모습은 정말 보기 어려워졌다.). 이는 페이커의 캐리력을 떨어뜨리고 SKT K의 다른 라이너들의 약점을 노출시키기에 충분한 전략으로 먹힌 것이다. 


페이커가 평범해진다면 SKT의 다른 라인은 더 잘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SKT K의 문제 노출로 이어졌고, 이는 여지 없이 SKT K팀의 하락세를 만들어냈다.


시야 장악의 중요성


시즌4가 거의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삼성 왕조의 최대 강점은 시야 장악이다. 게임을 보고 있으면 맵 전역에 와드를 박아 놓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의 위치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상대 와드 위치까지 파악해 그 와드를 지우고 다닌다. 와드는 곧 그 게임의 데이터다. 상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어떤 전술을 사용하려고 하는지를 알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대응하고 움직이면서 완벽한 운영을 보여준다. 그럼 SKT K는 어떤가? 시즌4로 전환되고 가장 흥했던 윈터 시즌을 돌아보자. 사실 그 당시에는 모든 팀이 와드를 적극적으로 박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시즌3에서 서폿과 정글만 와드를 박고 다니던 것에 익숙해 전역에 와드를 박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실 시즌4는 정글의 와드 하나하나가 정말 큰 역할을 했었다. 라인 주변에 적극적인 와딩을 할 만한 포지션이 정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벵기는 이 부분에서 여타의 정글러 보다 최고였다.


그러나 갈수록 맵 장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동시에 라이너들의 와드의 중요성이 커졌다. 전 라인이 와드를 사서 맵에 박고 다녀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특히 미드 주변의 시야 장악이 매우 중요해졌다. 어쨌든 타 라인에 갱을 가려면 직선 갱이 아닌 이상에야 미드 주변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SKT K는 어떤가? SKT K의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페이커는 와딩을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와드를 자주 박는 편도 아니고, 와드를 지우는 것도 확실하게 와드가 확인된 것만 지운다. 이는 분명 타 팀 선수들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요즘은 정글과 미드 모두가 미드 주변의 와딩에 특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삼성은 그 부분에서는 정말 지독할 만큼 잘한다. 그러나 SKT K의 경우 푸만두가 활동폭이 넓은 편도 아니고 페이커가 와딩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벵기는 분명 와딩을 잘하나 상대팀의 미드와 정글이 모두 와딩에 신경을 쓴다면,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결국, 미드 시야에서 지는 삼성은 로밍이나 갱에 상대적으로 다른 팀보다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원래 무적이 아니었기에 가능성이 있다.


고칠 점이 있다는 것은 그 팀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SKT K는 강력할 때도 약점이 없는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겨냈고 압도적인 승리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제는 그 약점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때가 왔을 뿐이다. 사람들이 리빌딩을 이야기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그들은 아직 개선이 되지 않았을 뿐 변화를 줄 경우 충분히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팀이다. 이번 롤드컵 선발전에서 보여준 나진 쉴드를 보면 답이 나온다. 정말 말도 안되는 노력을 통해 팀이 완전히 하나된 모습으로 탈바꿈해서 나왔고 이번 섬머 시즌 우승팀인 KT A를 압도적으로 이기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나진 쉴드가 섬머시즌을 일찌감치 떨어졌다곤 하나 선발전까지의 시간이 그렇게 길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완전히 변화된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마 자신들의 부족함을 철저하게 받아들인 것이 첫번째가 아니었을까? 와치 조재걸 선수는 이번 선발전에서 롤드컵 진출을 확정한 이후 인터뷰에서 "솔랭만 무작정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타일이 메타와 어울리는지, 서포팅하는 정글러에서 캐리하는 정글러로 바뀌려면 어떤 걸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와치는 1세대의 마지막 정글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된 모습을 선발전에서 보여줬다. 와치의 이런 고민과 노력이 지금 SKT K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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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 탑 케릭 넘버 원이 되어버린 마오카이.)


요즘 리그오브레전드의 탑이 정말 어수선하다. 패치가 나올 때마다 탑의 메타가 급변하고 있다. 당장 지난 시즌 롤챔스에서만 해도 판치던 레넥톤 쉬바나는 거의 멸종되어 보이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들이 구려진 것인가? 너프를 당했나? 그렇지 않다. 여전히 레넥톤 쉬바나는 탑에서 쓸만한 챔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탑 ad챔프가 전멸했다는 것이다. 온통 ap탑 천국이다. 그나마 니달리가 ad탑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을 뿐.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의 탑의 역할


사실 이걸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탑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부분이 탱커라고 답할 것이다. 맞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탑은 탱커다. 하지만 탱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탱커들을 무너뜨리기 위한 탑 딜러케릭들이 분명 존재했다. 예컨대 탑 리븐이 그러했고, 탑 캐넨이 그러했으며, 탑 블라디가 그러했다. 이들 딜러케릭을 골랐을 때의 약점은 분명했다. 상대적으로 탑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대신 한타에서 탱커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탑 딜러는 양날의 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 딜러는 탱커 못지않게 흥했었다. 전략적 선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적 선택은 시즌3가 되면서 무너졌다. 라이엇이 체력템에 대한 대대적인 손을 보고 딜템을 상대적으로 하향시키면서 대 딜탱 오브 레전드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사실 레넥톤과 쉬바나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공템을 가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딜을 내면서 탱커역할까지 가능한 하이브리드한 챔피언이 바로 쉬바나, 레넥톤이었기 때문이다. 방향은 확실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탑에게 탱커를 요구했다.


갑자기 다시 버프된 원딜 아이템들


그랬던 라이엇이 갑자기 시즌4 중반 태세변환을 했다. 바로 원딜 아이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었다. 모든 원딜 아이템의 공속과 데미지 딜링, 그리고 이속과 방어막까지 허용하는 놀라운 변화였다. 이유는 있었다. 딜탱 오브 레전드로 인해 원딜이 활약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좁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즌3와 시즌4를 거치면서 원딜이 캐리한다는 말은 거의 옛말이 된지 오래였다. 라이엇의 태새변환 이전의 원딜의 역할은 캐리가 아닌 안정적인 딜링이었다. 따라서 그만큼 죽지 않기 위한 생존기를 가진 원딜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고, 이에 따른 챔프폭도 좁아져버렸다(케이틀린, 이즈리얼, 루시안 시대). 하지만 라이엇은 돌연 이러한 원딜의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원딜 아이템을 강화하는 대대적인 변화를 주었다.


혼돈에 빠진 탑


그리고 이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바로 탑이다. 원딜템의 버프와 함께 상대적으로 체력템이 하향되면서 탑의 역할이 불분명해진 것이다. 더이상 탑이 몸만 믿고 들어가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ap탑이다. 최근에 주목받았던 그라가스부터 마오카이까지 각각의 장점은 분명있지만 이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 딜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데 ap템에는 체력과 동시에 주문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로아는 ap탑에게 있어 가지 않으면 안되는 필수 아이템이 되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주문력에 체력에 마나 이 모두를 충족시켜주니 안갈 수가 있을까? 게다가 요즘 흥하는 ap탑들은 모두 체력 비례 데미지를 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러니 딜이 안나올 수가 있나.

둘째로는 기술을 통해 부족한 방어력을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라가스, 마오카이 그리고 요즘 뜨는 알리스타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이들은 일정 부분 퍼센트로 데미지를 감소시켜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굳이 방어 아이템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버틸 수 있으며, 방어템을 갔을 경우 괴랄한 생존력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하이브리드적인 속성이다. 이 챔프들은 까놓고 말해서 이전의 하이브리드 챔프인 레넥톤 쉬바나보다 더 심각한 챔프들이다. 딜과 탱 두 마리를 다 잡겠다는 욕심이 불러온 참사고 라이엇은 이것을 마오카이와 그라가스를 통해 실현시켜버린 것이다. 탑은 탱커다. 딜이 상대적으로 다른 라인에 비해 약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허나 라이엇은 계속 최대 체력에 비례하는 데미지라는 이율배반적인 요소를 추가해 탑에게 딜할 수 있는 요소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퍼센트 데미지 감소를 통해 방어도 가능하게 하는 모순적인 요소를 부여해 리그 오브 레전드의 탑의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이는 분명한 밸런스 파괴이고 탑의 정체성을 망가뜨리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탑은 선택이 가능한 포지션이었다. 딜을 할 것인가. 탱을 할 것인가. 허나 이제 선택의 여지는 없다. 딜과 탱이 동시에 가능한데, 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가. 하나만 선택하는 사람이 바보인 것이다. 하나만 선택한 유저들은 여지없이 저 케릭들에게 당한다.


차라리 시즌 2로 돌아가자


정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시즌2의 탑이 더 나았다. 시즌2의 탑은 서로 간의 상성 관계가 분명히 존재했다. 먹고 먹히는 카운터 픽이 있었기 때문에 챔프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 대놓고 알리스타, 그라가스, 마오카이를 픽한다고 해도 이들을 카운터칠 수 있는 케릭은 없다.

그리고 시즌2에서는 분명히 라인 지향과 한타 지향의 픽이 나누어져 있었다. 라인전에서 압도적인 위력을 보이는 케릭터는 상대적으로 한타에서 약했고, 한타에서 강한 케릭은 상대적으로 라인전이 약했다. 하지만 지금의 ap탑케릭은 그렇지도 않다. 라인전과 한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해결책이 필요하다. 원딜템의 버프는 상대적으로 탑 탱커들의 전체적인 하향을 가져왔다. 이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번 시즌4의 원딜 패치는 밸런스의 붕괴를 가져 온 패치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시즌3의 체력템의 버프가 원딜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시즌4의 원딜템의 패치는 탑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분명 라이엇은 이에 대한 인지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대책이 탑의 소수 케릭에 대한 패치라면 이는 오판이다. 

사실 시즌4에서 탑의 존재는 정말 어정쩡해졌다. 탱커로서 우리편의 방패막이 되어주는 역할은 서폿에게 빼앗겼으며, 이니시는 정글에게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탱커는 무엇을 해야하는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이를 반영하는 것처럼 탑은 혼돈의 시절을 겪고 있다. 탑 포지션에 대한 라이엇의 깊은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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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민이 토닥토닥.. 잘했다.. 니가 우리 한국축구의 체면을 살렸다..ㅠㅠ


귀신같이 새벽 4시 20분쯤 눈이 떠졌다. 대한민국이 골을 먹기 바로 직전. 내가 봤기 때문일까. 핸드폰으로 경기 영상을 틀자마자 대한민국은 폭풍 골을 먹기 시작했다. 보고 웃음만 나왔다. 이건 아닌데..


생각보다 대표팀의 움직임이 심각해 보였다. 난 러시아전이 끝나고 나서도 절대 낙관적인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를 상대하는 러시아의 전략이 정말 이상했기 때문이다. 카펠로 답지 않다는 느낌과 함께 그 경기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결국 비겼고.. 어쨌든 알제리전에서도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벨기에전에 들고 나온 알제리의 전술을 봤을 때 러시아보다 더 힘들겠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알제리는 더 벅찬 상대였다.


최후방 수비의 허술함


전반전의 첫 번째 실점과 세 번째 실점은 최후방 수비의 허술함이 컸다. 두 실점 모두 알제리가 최후방에서 최전방으로 단숨에 찔러주는 패스였다. 그런데 그것을 우리 수비들은 막지 못했다. 물론 최전방에 나가 있는 공격수들이 알제리의 최후방 수비가 전방으로 마음껏 긴 패스를 하지 못하게 막는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나오지도 않았고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국의 수비전술은 강한 압박보다는 지역 방어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홍정호와 김영권은 손발이 하나도 맞지 않았다. 알제리의 첫 골 같은 경우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가 들어왔을 때 둘 중 한 명은 당장 몸싸움으로 슬리마니를 밀치거나, 최소한 끈질기게 붙어줘야 했다. 그런데 둘은 서로 양보하듯 평행선 달리기를 했고 슬리마니는 너무도 쉽게 슛을 쐈다. 세 번째 골의 경우도 최전방에서 볼을 받은 슬리마니에 김영권과 홍정호 모두 정신이 팔려 압델무메네 자부를 무인지경의 상태로 내버려두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전혀 두 선수의 호흡이 맞지 않고 합의된 수비 전략도 없다는 것을 너무 여실히 드러냈다.


몸이 무거운 한국 선수들


이걸 느낀 건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서다. 두 번째 실점 장면의 리플레이를 보면 알겠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아무도 점프하지 않은 놀라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평소 정성룡 선수가 위치선정이나 부족한 반사신경으로 인해 욕을 자주 먹고 이번 두 번째 골의 경우도 그와 비슷할 수 있지만, 이건 분명 정성룡 선수보다 경합을 전혀 하지 않는 선수들의 책임이 더 컸다. 알제리 선수들의 경우 점프를 하지 않아도 몸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인다. 이유는 하나다. 우리나라 선수가 편하게 헤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우리나라 선수들은 점프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몸싸움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게 선수들의 몸 상태가 괜찮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이라면, 질타받아야 마땅한 움직임이다.


한국 축구 수비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보여준 네 번째 실점


정말 네 번째 실점은 한국 축구 수비의 문제점을 다 드러낸 실점 장면이었다. 페굴리가 공을 잡고 난 후 페굴리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든 사람은 뒤에 있었던 한국영이었다. 페굴리는 한국영과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전방으로 침투해 야신 브라히미에게 패스를 했다. 그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비는 수미인 기성용과 한국영 그리고 포백라인까지 더해 6명이었다. 하지만 페굴리와 야신 브라히미는 단 두 번의 패스로 우리나라 수비 전체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무너진 이유는 단순하다. 강력한 압박축구와 유기적인 수비를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영과 홍정호는 적어도 페굴리를 의식하고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둘은 페굴리를 너무 자유자재로 내버려 뒀다.

한국은 처음부터 지역 방어 수비를 들고 나왔다. 강한 압박보다는 자리를 지키면서 상대 선수의 패스를 차단하고 역습을 하려는 전술을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알제리는 우리나라의 지역방어를 보자 몸으로 치고 들어와서 수비를 흔들기 시작했다. 1:1의 대결에서 우리가 몸싸움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면 이는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1:1에서 공을 가지고 파고드는 알제리 선수들보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몸싸움이 더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역 방어는 힘을 잃는다. 결국, 협력 수비가 필요했다. 내줄 공간은 내어주되 어떻게든 최전방으로 파고드는 선수들만큼은 협력수비로 막아내야 했지만, 홍명보호의 수비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날카로움을 잃은 선수를 기용한 한국 축구의 공격


이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느끼는 문제다. 명단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우려한 한국 축구의 공격 문제는 결국 본선에서 너무나도 자명하게 드러났다. 박주영은 월드컵 두 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단 한 번의 슈팅도 하지 못했다. 그의 다재다능함을 믿은 홍명보는 본선에서 엄청난 피를 보고 있다. 김신욱이 기용되지 못했던 이유는 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박주영은 골을 넣지 못했던 김신욱보다 더 심각하다. 공 자체를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알제리의 수비가 러시아의 수비와는 다르게 초반부터 전방에서 공격수와 미드필더가 강하게 몸으로 압박하는 수비였기 때문에 패스 자체가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너무 심각하다. 박주영의 침체는 당연히 측면 공격인 이청용과 손흥민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최전방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박주영 대신 손흥민과 이청용에게 수비압박이 더 거세지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이청용은 최전방 공격수 없이 본인들이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한국 축구의 공격은 힘을 쓰지 못한다. 지금까지의 박주영의 문제는 오늘 교체되어 들어간 김신욱과 비교해보아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김신욱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수비를 2~3명 달고 다녔다. 그의 위협적인 제공권 때문이다. 하지만 박주영은? 지금으로써는 가진 것이 없는 공격수다. 이는 자명하다.


러시아전이 할만 했던 이유


이것도 단순하다. 전반까지 러시아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 선수들이 공을 가지고 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중앙선을 넘어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이번 알제리전에서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는 전반 15분에 실점을 가장 많이 했다. 초반에만 정신을 차리면 꽤 괜찮은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점을 알고 있었을 텐데, 러시아는 초반에 공격을 하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볼 점유와 패스에서 앞섰고 공격을 꽤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승점 3점을 필요로 하는 상대로 우리를 생각해 공격적인 전술을 펼칠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상과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알제리는 달랐다. 예상대로 강력한 압박과 빠른 역습, 다이렉트로 전방에 패스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고 우리는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총평


홍명보 감독의 전술은 안정감이 있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실제로 보기에는 균형 잡힌 전술이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의 전술에는 색깔이 없다. 그리고 선제골을 먹혔을 때 그 균형은 급격하게 무너진다. 평소 생각한 전술대로 무난하게 흘러가지 않았을 때 홍명보 감독의 전술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플랜 B가 없다는 것은 결국 홍명보 감독의 역량 부족이다. 이는 이미 예상되었던 점이고 월드컵에서 그 곤혹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월드컵이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벨기에전을 마지막으로 홍명보의 한국 축구는 막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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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있지만, 역시나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선거가 아닌가 싶다. 나 개인적으로는 야당이 그래도 더 옳고,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더 많이 선택받는 것이 맞다 느끼지만, 선거는 항상 네가 생각하는 것이 다른 사람과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역시나 모르는 것이다. 세상일은.


자식들이 전면에 등장한 선거


이번 선거는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후보자의 자식들이 선거 전면에 등장해 판을 흔든 것이다. 아무래도 선거라는 것 자체가 후보자가 되는 순간부터 온갖 구설에 휘말리기 때문에 후보자도 가족을 선거에 내세우려 하지 않고, 가족도 후보자의 선거에 얼굴을 내비치려고 하지 않는 것이 거의 기본이다(가족이 유명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런데 이번 선거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식(가족)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서울시 진보교육감 후보였던 조희연의 경우 분명 자식의 덕을 크게 봤다. 나는 이것이 앞으로의 선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기대된다. 자식이 선거에 나섰을 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정치권이 이후에 자식을 정치마케팅에 이용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56.8%의 투표율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역대 2번째로 높다. 하지만 이것이 긍정적이라고 이야기할 수만은 없다. 56.8%면 대략 2,500만 명이다. 그리고 이들 중 52~53%의 지지로 후보자가 당선된다. 산술적으로는 1,300만 명의 지지가 선출직을 결정한 것이다. 1,300만 명이면 대략 대한민국 인구의 25%다. 결국, 소수가 대한민국의 주요 선출직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투표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질타만으로 넘길 수는 없다. 사람들이 투표하지 않는 맥락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하더라도 내 표가 한국 정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고, 원하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구에게도 정치를 맡기고 싶지 않고 직접정치에 참여하고 싶어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중요한 것은 최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할 만한 정치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질타와 독려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지난 몇십 년간의 선거와 정치가 보여주고 있다. 


여전한 선거 지역주의


이번 선거에도 지역주의는 여전했다. 경상도와 전라도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각 정당의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이런 것을 보고 있으면 참 노답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중앙으로부터 소외당하는 외각이라는 특성이 이런 지역주의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상대적으로 지방은 젊은 사람들이 없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과 경기 수도권 지역에 거주한다. 그런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의 투표율은 저조하기까지 하다. 따라서 지방의 투표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중·장년층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성향은 거의 정해져 있다. 흔히 말하는 콘트리트 지지층인 것이다. 


결국, 지방의 선거 구도를 변화시키려면 지방에 실제적인 변화와 발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젊은 층이 지방에도 살면서 균형 있는 모습이 나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인구는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해 있고 지방은 상대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다. 그러니 선거 결과는 매번 똑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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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경기로 결승전 직관을 온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삼성 블루의 우승 후 인터뷰)


롤챔스 스프링이 막을 내렸다. 결과는 삼성 블루의 3:1 승리. 내심 뒷심이 강한 나진 쉴드를 생각하며 역전 우승을 바랐지만, 삼성 블루는 강했다. 삼성 블루는 확실한 컨셉과 준비를 해 온 느낌이었고, 나진은 그냥 하던 대로 해 온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경기를 자주 주도한 것은 삼성이었다. 나진은 삼성이 가져온 전략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해 끌려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마지막 경기인 4세트가 삼성 블루에게는 최대의 도전이며, 나진 쉴드에게는 승부수였다. 하지만 경기를 계속 끌려다닌 영향인지 세이브가 집중력을 잃고 무너지며 우승이 삼성 블루에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은 삼성이 우승했다.


승패를 떠나 이 두 팀 중 한 팀의 우승은 롤의 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진 쉴드는 아쉽지만, 저번 시즌 4강, 이번 시즌 준우승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에는 꼭 우승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여튼 그건 그거고 결승을 보면서 느낀 후기를 끄적여본다.


삼성 블루의 Save 저격과 또 하나의 서포터가 되기로 한 Acorn


삼성 블루가 이번 나진 쉴드와의 대결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바로 탑이다. 이번 시즌 7승 무패를 자랑한 Save의 쉬바나와 잭스를 고정으로 밴했다(3세트에서 잭스는 밴되지 않았다.). 두 챔프는 Save가 시즌을 치르면서 재미를 본 챔프들이다(그 외 문도와 레넥톤도 했지만, 승률이 높지 않다.). 맷집도 되고 딜도 되면서 화끈한 이니시와 다이브가 가능한 두 챔프로 Save는 시즌 내내 꿀을 빨았다. 하지만 결승이나 올라온 상대 팀이 이런 점을 모를 리가 없다.


삼성 블루가 나진 쉴드의 주요 챔피언을 밴하고 가져간 것은 다름 아닌 룰루였다. Acorn은 Save보다는 챔프 폭이 넓은 편이다. 레넥톤으로는 특히 좋은 모습(5승 0패)을 자주 보여줬고, 쉬바나, 라이즈 등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룰루는 이번 시즌 Acorn이 단 한 번도 탑에서 쓰지 않은 챔피언이었다. 이는 노림수가 분명했다.


룰루는 알다시피 어느 라인에 서도 라인전을 지지 않는 강한 챔프다. 우리편 챔프를 보조해줄 수도 있고, 딜도 강력하며, 갱킹에도 잘 죽지 않는 생존기를 보유하고 있다. 즉 여러모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것이다. 삼성은 이걸 노렸다. 1세트를 보면 알겠지만, 라인 스왑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룰루는 라인전을 아예 하지 않고 녹턴과 같이 정글을 돌며 따라다닌다. 그리고 이후에도 밀리는 라인을 보조하거나 로밍을 통해 라인이 밀리거나 위험한 지역을 돕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자처했다. 작정하고 다른 라인에 힘을 실어주는 서폿 역할을 맡은 것이다. 한타에서도 마찬가지다. Acorn의 룰루는 공격적인 포지션에서 딜을 넣기보다는 자신의 팀의 주력 딜러들과 함께 다니며 그들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이러한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Save의 라이즈는 반드시 커야만 힘을 발휘하는 챔프지만 룰루는 그렇지 않은 챔프다. 그리고 Save는 왕귀하는 그림을 좋아한다. 삼성은 그 틈을 파고들어 라인 스왑을 걸고 라이즈를 크지 못하게 하면서 룰루를 서포터의 역할로 돌렸다. 덕분에 룰루는 할 일이 있었지만 라이즈는 할 일이 없어졌고 이는 라이즈가 힘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픽밴에서부터 이루어진 삼성 블루의 암살과 로밍


이번 결승전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Dade와 Spirit이었다. 특히 Spirit의 녹턴은 나진 쉴드의 카직스 밴을 예상하고 준비해 온 픽으로 Dade의 카사딘과 함께 경기를 지배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카사딘을 밴 당하고 난 이후에도 삼성 블루의 전략은 명확했다. 6렙 이후 적극적인 로밍과 갱킹을 통한 라인 파괴와 암살. 이런 점에서 녹턴은 Dade의 카사딘과 트페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챔프였고 Spirit은 이 역할을 너무 잘 수행했다.


반대로 나진 쉴드는 이런 삼성 블루의 전략에 거의 대처를 못 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Ggoong의 챔프 선택과 나진의 밴픽은 아쉬움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나진은 3세트에 선택을 해야했다. 삼성이 계속 맞 라인전을 하지 않고 탑을 집요하게 로밍으로 노리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탑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챔프를 픽해야만 했다. Ggoong에게는 르블랑과 트페가 그런 챔프였다. 하지만 르블랑은 밴 당했고 트페는 Dade가 선픽으로 가져가 버린 상황에서 Ggoong이 꺼낼 카드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카사딘을 열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진 쉴드는 결국 카사딘을 밴했고 Ggoong은 니달리를 골라 3경기를 무기력하게 질 수밖에 없었다.


나진 쉴드에게 절호의 기회이자 승부수였던 4세트


2:1로 수세에 몰린 나진은 4세트에 승부수를 던졌다. Save가 룰루 선픽을 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삼성 블루는 셀프 카사딘 밴에, 나진 쪽에서 3Dade 밴을 해버려서 Dade는 픽할 수 있는 챔프가 라이즈 밖에 없게 되었다. 덕분에 3세트까지 유지해 온 삼성블루의 로밍 암살 메타가 깨졌다. 삼성은 다른 전략을 꺼내 들어야만 했다. 르블랑까지 풀린 나진이 분명 경기의 초반과 중반을 지배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꺼내 든 것은 결국 라이즈와 이렐리아였다. 


이건 분명 삼성 블루가 원한 그림이 아닌 게 분명했다. 1세트부터 3세트까지 꾸준히 운영을 통해 게임을 지배했던 삼성 블루에게 4경기는 나진의 운영에 끌려다녀야 하는 경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라인전도 그렇고 로밍도 그렇고 모든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이 나진이었다.


하지만 Save가 집중력을 잃었는지 이른 시간 이렐리아에게 2킬을 내주며 탑에 시간을 주었다. 물론 나진 쉴드는 중반에 적극적인 로밍을 통해 미드와 봇을 흔들고 승기를 가져올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블루는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꾸역꾸역 버텼다. 삼성 블루의 챔프는 후반이 보장된 챔프들이었다. 시간은 삼성 블루의 편이었던 것이다.


삼성 블루는 버텼고, 나진 쉴드는 갈수록 조급해졌다. 라인전과 초반을 압도하는 챔프를 가져갔음에도 초반에 손해를 입고 시작해야 했고, 중반에도 나진 쉴드는 경기를 조금 유리하게 끌고 가긴 했지만 압도하지 못했고 상대에게 시간을 계속 내주었다. 결국은 조급해진 나진 쉴드가 정글에서 이렐리아를 무리하게 커트하려다가 르블랑이 죽게 되면서 분위기가 삼성 블루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이후의 바론 지역 한타에서 무너지며 경기를 내주었다.


2세트가 나진 쉴드에게 주었던 교훈


나진 쉴드에게도 우승의 기회는 있었다. 특히나 2경기는 분위기를 반전 시킬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알다시피 2세트는 나진 쉴드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게임을 쉽게 가져갔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나진 쉴드가 2세트에 보여준 경기력은 삼성 블루가 1세트에서 보여준 경기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1세트에서 삼성 블루는 나진 쉴드의 탑을 크지 못하게 하여 서폿이 합류하게 만든 후 상대적으로 빈틈이 커진 나진 쉴드의 원딜 Zefa를 노림으로서 경기를 주도했다. 그런데 2경기에서는 반대로 나진 쉴드가 라인 스왑이후 탑을 압박하여 삼성 블루의 서폿까지 라인에 합류하게 만든 후 Save까지 텔포로 넘어와 4인 다이브로 탑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1세트와 2세트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평범한 라인전을 시도할 경우 상대방의 로밍과 다이브에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균형을 유지하고 라인에서 크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먼저 균형을 무너뜨리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팀을 자신들의 운영에 말리게 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나진은 이것을 알고 있었고 2세트에 이를 제대로 해냈다.


그랬기에 3세트에는 밴픽부터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삼성 블루가 블루 진영에 선픽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나진은 다른 밴픽을 했어야 했다. 트페를 가져올 수 없다면 소라카를 내주고 트페를 밴하는 과감한 모습이라도 보였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진은 그러지 않았다. 3세트의 Ggoong의 니달리는 거의 울며 겨자먹기식의 픽이었다.  상대적으로 라인 정리와 로밍에 약한 니달리는 결국 3세트에 거의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두 팀


사실 이번 시즌의 결승에 이 두 팀이 올라올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이제까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이 두 팀은 이변을 일으키고 결승에 올라왔다. 그리고 결승에서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시즌 삼성 블루는 완벽한 전략과 팀플레이를 보여줬고, 나진 쉴드는 모든 라인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며 어느 팀에게도 쉽사리 지지 않는 팀으로 거듭났다.


삼성 블루는 앞으로 결승에서의 모습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고, 나진 쉴드도 전략을 보완한다면 다음 시즌에는 충분히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전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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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분기를 지나오면서 무한도전은 위기설에 시달려야 했다. 예전만큼의 예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질타였다. 나도 이 의견에 동의했던 사람이다. 확실히 무한도전의 예능성은 예전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데다 예능이 다양해지면서 무한도전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생각도 가졌었다. 그리고 많이 지쳐 보이는 무한도전 멤버들까지.


하지만 확실히 무한도전은 무한도전인가 보다. 무한도전을 단순한 예능으로서만 본다면 분명 위기는 맞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단순한 예능 이상의 의미를 전달해준다는 것을 나는 잊고 있었다. 과거 무한도전은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통해서 사람들이 잊고 있던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예능이었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그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무한도전은 이런 것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외면하거나 잊고 있던 것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이번 무도 선택 2014 역시 마찬가지다. 도대체 어느 예능에서 이런 것을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정치와 선거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고 꼬집어 무겁고 거북하게 느껴지던 정치를 가볍게 환기하고 나아가 투표를 독려하기까지 하는 이런 예능. 정말 무도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무도가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오래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김태호PD가 알아서 잘하겠지.). 좀 덜 웃겨도, 시청률이 떨어져도, 무도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무도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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