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탑 케릭 넘버 원이 되어버린 마오카이.)


요즘 리그오브레전드의 탑이 정말 어수선하다. 패치가 나올 때마다 탑의 메타가 급변하고 있다. 당장 지난 시즌 롤챔스에서만 해도 판치던 레넥톤 쉬바나는 거의 멸종되어 보이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들이 구려진 것인가? 너프를 당했나? 그렇지 않다. 여전히 레넥톤 쉬바나는 탑에서 쓸만한 챔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탑 ad챔프가 전멸했다는 것이다. 온통 ap탑 천국이다. 그나마 니달리가 ad탑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을 뿐.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의 탑의 역할


사실 이걸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탑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부분이 탱커라고 답할 것이다. 맞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탑은 탱커다. 하지만 탱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탱커들을 무너뜨리기 위한 탑 딜러케릭들이 분명 존재했다. 예컨대 탑 리븐이 그러했고, 탑 캐넨이 그러했으며, 탑 블라디가 그러했다. 이들 딜러케릭을 골랐을 때의 약점은 분명했다. 상대적으로 탑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대신 한타에서 탱커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탑 딜러는 양날의 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 딜러는 탱커 못지않게 흥했었다. 전략적 선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적 선택은 시즌3가 되면서 무너졌다. 라이엇이 체력템에 대한 대대적인 손을 보고 딜템을 상대적으로 하향시키면서 대 딜탱 오브 레전드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사실 레넥톤과 쉬바나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공템을 가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딜을 내면서 탱커역할까지 가능한 하이브리드한 챔피언이 바로 쉬바나, 레넥톤이었기 때문이다. 방향은 확실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탑에게 탱커를 요구했다.


갑자기 다시 버프된 원딜 아이템들


그랬던 라이엇이 갑자기 시즌4 중반 태세변환을 했다. 바로 원딜 아이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었다. 모든 원딜 아이템의 공속과 데미지 딜링, 그리고 이속과 방어막까지 허용하는 놀라운 변화였다. 이유는 있었다. 딜탱 오브 레전드로 인해 원딜이 활약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좁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즌3와 시즌4를 거치면서 원딜이 캐리한다는 말은 거의 옛말이 된지 오래였다. 라이엇의 태새변환 이전의 원딜의 역할은 캐리가 아닌 안정적인 딜링이었다. 따라서 그만큼 죽지 않기 위한 생존기를 가진 원딜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고, 이에 따른 챔프폭도 좁아져버렸다(케이틀린, 이즈리얼, 루시안 시대). 하지만 라이엇은 돌연 이러한 원딜의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원딜 아이템을 강화하는 대대적인 변화를 주었다.


혼돈에 빠진 탑


그리고 이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바로 탑이다. 원딜템의 버프와 함께 상대적으로 체력템이 하향되면서 탑의 역할이 불분명해진 것이다. 더이상 탑이 몸만 믿고 들어가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ap탑이다. 최근에 주목받았던 그라가스부터 마오카이까지 각각의 장점은 분명있지만 이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 딜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데 ap템에는 체력과 동시에 주문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로아는 ap탑에게 있어 가지 않으면 안되는 필수 아이템이 되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주문력에 체력에 마나 이 모두를 충족시켜주니 안갈 수가 있을까? 게다가 요즘 흥하는 ap탑들은 모두 체력 비례 데미지를 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러니 딜이 안나올 수가 있나.

둘째로는 기술을 통해 부족한 방어력을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라가스, 마오카이 그리고 요즘 뜨는 알리스타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이들은 일정 부분 퍼센트로 데미지를 감소시켜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굳이 방어 아이템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버틸 수 있으며, 방어템을 갔을 경우 괴랄한 생존력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하이브리드적인 속성이다. 이 챔프들은 까놓고 말해서 이전의 하이브리드 챔프인 레넥톤 쉬바나보다 더 심각한 챔프들이다. 딜과 탱 두 마리를 다 잡겠다는 욕심이 불러온 참사고 라이엇은 이것을 마오카이와 그라가스를 통해 실현시켜버린 것이다. 탑은 탱커다. 딜이 상대적으로 다른 라인에 비해 약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허나 라이엇은 계속 최대 체력에 비례하는 데미지라는 이율배반적인 요소를 추가해 탑에게 딜할 수 있는 요소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퍼센트 데미지 감소를 통해 방어도 가능하게 하는 모순적인 요소를 부여해 리그 오브 레전드의 탑의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이는 분명한 밸런스 파괴이고 탑의 정체성을 망가뜨리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탑은 선택이 가능한 포지션이었다. 딜을 할 것인가. 탱을 할 것인가. 허나 이제 선택의 여지는 없다. 딜과 탱이 동시에 가능한데, 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가. 하나만 선택하는 사람이 바보인 것이다. 하나만 선택한 유저들은 여지없이 저 케릭들에게 당한다.


차라리 시즌 2로 돌아가자


정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시즌2의 탑이 더 나았다. 시즌2의 탑은 서로 간의 상성 관계가 분명히 존재했다. 먹고 먹히는 카운터 픽이 있었기 때문에 챔프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 대놓고 알리스타, 그라가스, 마오카이를 픽한다고 해도 이들을 카운터칠 수 있는 케릭은 없다.

그리고 시즌2에서는 분명히 라인 지향과 한타 지향의 픽이 나누어져 있었다. 라인전에서 압도적인 위력을 보이는 케릭터는 상대적으로 한타에서 약했고, 한타에서 강한 케릭은 상대적으로 라인전이 약했다. 하지만 지금의 ap탑케릭은 그렇지도 않다. 라인전과 한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해결책이 필요하다. 원딜템의 버프는 상대적으로 탑 탱커들의 전체적인 하향을 가져왔다. 이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번 시즌4의 원딜 패치는 밸런스의 붕괴를 가져 온 패치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시즌3의 체력템의 버프가 원딜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시즌4의 원딜템의 패치는 탑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분명 라이엇은 이에 대한 인지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대책이 탑의 소수 케릭에 대한 패치라면 이는 오판이다. 

사실 시즌4에서 탑의 존재는 정말 어정쩡해졌다. 탱커로서 우리편의 방패막이 되어주는 역할은 서폿에게 빼앗겼으며, 이니시는 정글에게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탱커는 무엇을 해야하는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이를 반영하는 것처럼 탑은 혼돈의 시절을 겪고 있다. 탑 포지션에 대한 라이엇의 깊은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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