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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09 동성애를 보고 날뛰는 기독교인들을 보면서 2



어제 커밍아웃으로 떠들썩했고 결혼까지 하겠다고 공개 선언을 해서 동성애논란을 불러온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결혼식이 청계천에서 있었나보다. 난 뭐 솔직히 그들이 커밍아웃을 하든 결혼을 하든 관심 없다. 어차피 "난 남자를 좋아해" 라든지, 남자와 결혼을 한다든지 이런건 다 개인적인 감정이고 결정일 뿐이니까 말이다. 그런거에 내가 왜 일일히 관심을 가져야하나?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몇몇 사람들과 더불어 기독교인들은 이 일을 그냥 개인의 감정 또는 결정으로 생각하고 그냥 넘길수 없나보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하는 장소에 몇몇 기독교인이 가서 찬양 부르면서 떠들고, 어떤 기독교인은 또 자신의 인분과 된장을 섞은 오물을 투척했단다. 그걸로 모자라서 경찰의 제지를 받고 쫒겨나자 밖에서 사진처럼 피켓들고 시위를 하면서 온갖 저주와 악담을 퍼부었나보다. 사진에 나온 피켓을 보라.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지. 저들의 말대로라면 한 나라를 완전히 멸망시키는데 있어 가장 무서운 무기는 동성애다. 동성애 하나면 나라 망가뜨리는건 일도 아닌게다.


사실 모든 기독교인이 저런건 아니다. 하지만 도저히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고 비판하는 보통의 기독교인 마저도 이번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동성애 결혼식에 대해 그냥 저들의 폭력적이고도 무례한 태도와 상식이 없는 행동만을 비판할 뿐, 동성애와 더불어 저들의 결혼을 지지한다고 하는 기독교인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난 비록 이번 사태에 대해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그들이 마음에 안든다. 기독교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성경을 근본주의적으로 받아들이는 저런 극렬한 기독교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이상 동성애를 문제로 여기지 않는 사회의 현실속에서 도대체 기독교인은 언제까지 동성애 문제를 죄라고 단정짓고 문제를 회피하기만 할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연구와 노력을 기울일 수는 없는건가?


솔까 교회에서 성에 대해 굉장히 경계하는 것 만큼, 성경에는 성에 대한 언급이 초반에 꽤 있다. 특히 구약에서는 여러가지의 성관계에 대해 언급하면서 음란함을 경계하는 구절이 상당히 많은데, 그러한 구절이 많은 맥락에는 단순히 성관계에서 오는 쾌락이나 음란함 때문이 아닌, 우상과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이후 그들이 새롭게 정착할 곳을 가나안으로 정하고 대이동을 한다. 그런데 가나안 땅에는 이미 토착종교가 뿌리내려 있었고 그들만의 의식과 예식이 있었다. 그들이 섬기는 신의 이름은 성경에서 자주 언급되는 '바알'과 '아세라'다. 어쨌든 바알을 섬기는 종교의 의식 중 하나는 바로 성관계를 갖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한 남창과 여창이 있을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가나안 사람들에게 성관계는 쾌락의 요소도 있었겠지만, 성관계 자체가 하나의 종교적인 의식을 담은 성스러운 행위로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따라서 가나안에 정착하려고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겐 성행위 자체가 가나안의 신과 연관된 우상숭배의 행위가 될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고, 이와 관련한 성경 구절이 자주 언급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동성애의 행위도 성경에서 언급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생각해보면 성경에서 말하는 동성애나 성행위의 문란함에 대한 경고는 당시 가나안의 토착종교에 대한 반발과 이를 이스라엘 백성이 섬기고 따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석 할 수 있다. 근데 아직도 기독교 근본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나름 자기들 딴에는 어느정도 진보적이라고 말하는 우리나라의 복음주의자들까지도 동성애는 무조건 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유는 근본주의자와 동일하게 성경이 그렇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 뿐이고.


기독교를 믿으면서 동성애를 할 수는 없는건가? 바알 종교는 사라진지 오래다. 오늘날의 성관계는 사랑의 행위지, 그 당시의 바알종교에서 했던 그런 종교적 행위가 아니다. 지금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동성애는 종교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행위다. 그런데 그때로부터 엄청난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기독교는 동성애를 저주하며 그들의 행동이 죄라고 자신들의 잣대로 규정하고 있다.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가. 왜 자신들이 생각하는대로 강요를 하고 있는가. 그게 폭력이라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하는가. 단순히 오물 투척을 한 저런 사람 뿐만이 아니다. 오늘날에 벌어지는 이러한 사태엔 기독교인 모두의 책임이 있다.


기독교는 상식을 갖추는 것도 좋지만, 먼저 자신들의 생각에 깔린 신앙과 교리부터 다시금 점검해보라. 상식만으로 해결될 문제였으면 저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그리고 "동성애는 죄지만, 동성애자는 사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어쭙잖은 인류애를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것도 제발 좀 자제하자. 그걸 마치 자신이 개념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동성애자의 입장에서는 "니가 싫어요." 를 돌려 말한 걸로 밖에 들리지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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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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