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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27 Najin Shield VS Samsung Blue의 결승 후기



(멋진 경기로 결승전 직관을 온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삼성 블루의 우승 후 인터뷰)


롤챔스 스프링이 막을 내렸다. 결과는 삼성 블루의 3:1 승리. 내심 뒷심이 강한 나진 쉴드를 생각하며 역전 우승을 바랐지만, 삼성 블루는 강했다. 삼성 블루는 확실한 컨셉과 준비를 해 온 느낌이었고, 나진은 그냥 하던 대로 해 온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경기를 자주 주도한 것은 삼성이었다. 나진은 삼성이 가져온 전략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해 끌려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마지막 경기인 4세트가 삼성 블루에게는 최대의 도전이며, 나진 쉴드에게는 승부수였다. 하지만 경기를 계속 끌려다닌 영향인지 세이브가 집중력을 잃고 무너지며 우승이 삼성 블루에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은 삼성이 우승했다.


승패를 떠나 이 두 팀 중 한 팀의 우승은 롤의 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진 쉴드는 아쉽지만, 저번 시즌 4강, 이번 시즌 준우승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에는 꼭 우승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여튼 그건 그거고 결승을 보면서 느낀 후기를 끄적여본다.


삼성 블루의 Save 저격과 또 하나의 서포터가 되기로 한 Acorn


삼성 블루가 이번 나진 쉴드와의 대결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바로 탑이다. 이번 시즌 7승 무패를 자랑한 Save의 쉬바나와 잭스를 고정으로 밴했다(3세트에서 잭스는 밴되지 않았다.). 두 챔프는 Save가 시즌을 치르면서 재미를 본 챔프들이다(그 외 문도와 레넥톤도 했지만, 승률이 높지 않다.). 맷집도 되고 딜도 되면서 화끈한 이니시와 다이브가 가능한 두 챔프로 Save는 시즌 내내 꿀을 빨았다. 하지만 결승이나 올라온 상대 팀이 이런 점을 모를 리가 없다.


삼성 블루가 나진 쉴드의 주요 챔피언을 밴하고 가져간 것은 다름 아닌 룰루였다. Acorn은 Save보다는 챔프 폭이 넓은 편이다. 레넥톤으로는 특히 좋은 모습(5승 0패)을 자주 보여줬고, 쉬바나, 라이즈 등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룰루는 이번 시즌 Acorn이 단 한 번도 탑에서 쓰지 않은 챔피언이었다. 이는 노림수가 분명했다.


룰루는 알다시피 어느 라인에 서도 라인전을 지지 않는 강한 챔프다. 우리편 챔프를 보조해줄 수도 있고, 딜도 강력하며, 갱킹에도 잘 죽지 않는 생존기를 보유하고 있다. 즉 여러모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것이다. 삼성은 이걸 노렸다. 1세트를 보면 알겠지만, 라인 스왑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룰루는 라인전을 아예 하지 않고 녹턴과 같이 정글을 돌며 따라다닌다. 그리고 이후에도 밀리는 라인을 보조하거나 로밍을 통해 라인이 밀리거나 위험한 지역을 돕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자처했다. 작정하고 다른 라인에 힘을 실어주는 서폿 역할을 맡은 것이다. 한타에서도 마찬가지다. Acorn의 룰루는 공격적인 포지션에서 딜을 넣기보다는 자신의 팀의 주력 딜러들과 함께 다니며 그들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이러한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Save의 라이즈는 반드시 커야만 힘을 발휘하는 챔프지만 룰루는 그렇지 않은 챔프다. 그리고 Save는 왕귀하는 그림을 좋아한다. 삼성은 그 틈을 파고들어 라인 스왑을 걸고 라이즈를 크지 못하게 하면서 룰루를 서포터의 역할로 돌렸다. 덕분에 룰루는 할 일이 있었지만 라이즈는 할 일이 없어졌고 이는 라이즈가 힘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픽밴에서부터 이루어진 삼성 블루의 암살과 로밍


이번 결승전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Dade와 Spirit이었다. 특히 Spirit의 녹턴은 나진 쉴드의 카직스 밴을 예상하고 준비해 온 픽으로 Dade의 카사딘과 함께 경기를 지배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카사딘을 밴 당하고 난 이후에도 삼성 블루의 전략은 명확했다. 6렙 이후 적극적인 로밍과 갱킹을 통한 라인 파괴와 암살. 이런 점에서 녹턴은 Dade의 카사딘과 트페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챔프였고 Spirit은 이 역할을 너무 잘 수행했다.


반대로 나진 쉴드는 이런 삼성 블루의 전략에 거의 대처를 못 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Ggoong의 챔프 선택과 나진의 밴픽은 아쉬움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나진은 3세트에 선택을 해야했다. 삼성이 계속 맞 라인전을 하지 않고 탑을 집요하게 로밍으로 노리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탑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챔프를 픽해야만 했다. Ggoong에게는 르블랑과 트페가 그런 챔프였다. 하지만 르블랑은 밴 당했고 트페는 Dade가 선픽으로 가져가 버린 상황에서 Ggoong이 꺼낼 카드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카사딘을 열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진 쉴드는 결국 카사딘을 밴했고 Ggoong은 니달리를 골라 3경기를 무기력하게 질 수밖에 없었다.


나진 쉴드에게 절호의 기회이자 승부수였던 4세트


2:1로 수세에 몰린 나진은 4세트에 승부수를 던졌다. Save가 룰루 선픽을 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삼성 블루는 셀프 카사딘 밴에, 나진 쪽에서 3Dade 밴을 해버려서 Dade는 픽할 수 있는 챔프가 라이즈 밖에 없게 되었다. 덕분에 3세트까지 유지해 온 삼성블루의 로밍 암살 메타가 깨졌다. 삼성은 다른 전략을 꺼내 들어야만 했다. 르블랑까지 풀린 나진이 분명 경기의 초반과 중반을 지배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꺼내 든 것은 결국 라이즈와 이렐리아였다. 


이건 분명 삼성 블루가 원한 그림이 아닌 게 분명했다. 1세트부터 3세트까지 꾸준히 운영을 통해 게임을 지배했던 삼성 블루에게 4경기는 나진의 운영에 끌려다녀야 하는 경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라인전도 그렇고 로밍도 그렇고 모든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이 나진이었다.


하지만 Save가 집중력을 잃었는지 이른 시간 이렐리아에게 2킬을 내주며 탑에 시간을 주었다. 물론 나진 쉴드는 중반에 적극적인 로밍을 통해 미드와 봇을 흔들고 승기를 가져올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블루는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꾸역꾸역 버텼다. 삼성 블루의 챔프는 후반이 보장된 챔프들이었다. 시간은 삼성 블루의 편이었던 것이다.


삼성 블루는 버텼고, 나진 쉴드는 갈수록 조급해졌다. 라인전과 초반을 압도하는 챔프를 가져갔음에도 초반에 손해를 입고 시작해야 했고, 중반에도 나진 쉴드는 경기를 조금 유리하게 끌고 가긴 했지만 압도하지 못했고 상대에게 시간을 계속 내주었다. 결국은 조급해진 나진 쉴드가 정글에서 이렐리아를 무리하게 커트하려다가 르블랑이 죽게 되면서 분위기가 삼성 블루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이후의 바론 지역 한타에서 무너지며 경기를 내주었다.


2세트가 나진 쉴드에게 주었던 교훈


나진 쉴드에게도 우승의 기회는 있었다. 특히나 2경기는 분위기를 반전 시킬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알다시피 2세트는 나진 쉴드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게임을 쉽게 가져갔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나진 쉴드가 2세트에 보여준 경기력은 삼성 블루가 1세트에서 보여준 경기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1세트에서 삼성 블루는 나진 쉴드의 탑을 크지 못하게 하여 서폿이 합류하게 만든 후 상대적으로 빈틈이 커진 나진 쉴드의 원딜 Zefa를 노림으로서 경기를 주도했다. 그런데 2경기에서는 반대로 나진 쉴드가 라인 스왑이후 탑을 압박하여 삼성 블루의 서폿까지 라인에 합류하게 만든 후 Save까지 텔포로 넘어와 4인 다이브로 탑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1세트와 2세트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평범한 라인전을 시도할 경우 상대방의 로밍과 다이브에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균형을 유지하고 라인에서 크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먼저 균형을 무너뜨리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팀을 자신들의 운영에 말리게 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나진은 이것을 알고 있었고 2세트에 이를 제대로 해냈다.


그랬기에 3세트에는 밴픽부터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삼성 블루가 블루 진영에 선픽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나진은 다른 밴픽을 했어야 했다. 트페를 가져올 수 없다면 소라카를 내주고 트페를 밴하는 과감한 모습이라도 보였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진은 그러지 않았다. 3세트의 Ggoong의 니달리는 거의 울며 겨자먹기식의 픽이었다.  상대적으로 라인 정리와 로밍에 약한 니달리는 결국 3세트에 거의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두 팀


사실 이번 시즌의 결승에 이 두 팀이 올라올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이제까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이 두 팀은 이변을 일으키고 결승에 올라왔다. 그리고 결승에서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시즌 삼성 블루는 완벽한 전략과 팀플레이를 보여줬고, 나진 쉴드는 모든 라인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며 어느 팀에게도 쉽사리 지지 않는 팀으로 거듭났다.


삼성 블루는 앞으로 결승에서의 모습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고, 나진 쉴드도 전략을 보완한다면 다음 시즌에는 충분히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전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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