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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20 나진 소드의 리빌딩이 안타깝고 화나는 이유 2

어제 친구 녀석이 이런 카톡을 보내왔다. "나진 오늘 경기를 보니 리빌딩이 나름 괜찮은 것 같은데?" 아마 블레이즈와의 마스터즈 경기를 본 것 같다. 보지는 못했으나, 경기 결과는 나진의 승리.


친구놈이 괜찮다고 한 것은 경기력이었을 것이다. 리빌딩 이전의 나진소드의 경기력은 분명 하락세였다. 그리고 분명 리빌딩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도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진소드의 리빌딩은 뭔가 안타깝고 아쉽다. 너무너무.




아 그리운 나진 소드여!..


나진 소드가 나진 소드인 이유.


나진 소드가 왜 나진 소드인가. 왜 나진 소드가 CJ팀과 더불어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가. 그 요인에는 바로 저 선수들이 있었다. 특히나 나진 소드에 막눈(윤하운)이라는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진소드의 전성기 시절에도 경기력의 논란은 있었으나, 나진 소드는 소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저 막눈이 있었다. 지금이야 탑이라는 포지션 자체가 팀을 지탱해주는 탱커로서 역할이 상당히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나진 소드가 활약할 당시의 시즌2와 시즌3에만 해도 탑이 하드캐리하는 그림이 종종 나오곤 했다. 그래서 탄생한 스타가 플레임, 샤이, 막눈이었고.


막눈은 플레임과 샤이보다 더 공격적인 스타일의 탑 유저였다. 그리고 그는 항상 경기에서 캐리를 하려는 욕심을 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욕심은 다이브로 나타났다. 과감하게 적진에 파고들어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즐겁게 했다. 물론 그게 때로는 독이 되고, 패배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떄문에 '나진 소드'라고 하면 언제나 공격적인 플레이를 지향하는 팀. 다이브를 즐기는 팀으로 각인되었다. 나진 소드가 공격적이지 않으면 그건 나진 소드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나진 소드를 만든 것은 다름아닌 저 5명의 게이머였다.



팀의 간판 스타 대접이 그 팀의 명성을 좌우한다.


이랬던 나진 소드가 2013년 여름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팀의 간판인 막눈이 계약 만료로 나진 소드를 나가게 된다. 2013 스프링 시즌의 부진에 대해 여러 말이 있었지만, 모든 사람이 막눈이 팀을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진이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곧 나진 소드와 다름없었으니까.


지금도 의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막눈과 나진을 갈라서게 한 것인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진에게 이는 상당한 도박이었다는 점이다. 팀의 인기와 실력, 그 모든 것을 따져보아도 당시의 막눈을 대체할 만한 게이머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실상 소드의 탑을 새로 키우는 것과 다름없는 결정이었던 것이다. 이 결정 이후 나진 소드는 계속된 내리막의 길을 걷는다. 물론 NLB와 중간에 나간 롤드컵에서는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과거의 명성을 생각하면 성적과 팀컬러 모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진 소드의 팬들은 나진을 응원해왔다.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나진 소드를 대표하고 있는 선수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의 대대적인 리빌딩에 나진 소드 팬 대부분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축구팀에서도 그 팀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선수가 있으면 레전드로 대접을 해준다. 그 선수의 경기력이 떨어져도 쉽게 선수를 팔거나 팀에서 내보내지 않으며, 은퇴할 때엔 레전드로서의 대접을 해준다. 그런데 이번 나진의 리빌딩은 막눈과 재계약을 하지 않을 때보다 더한 처사였다. 시즌 도중에 리빌딩을 발표하고, 그 명단까지 공개해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이다. 나진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과 지금의 나진 소드를 만들어낸 선수들을 생각한다면 이럴 수 있을까? NLB결승전을 치러야 했던 선수들이 그 경기가 자신의 마지막 경기라는 것을 확정받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E스포츠 역시 성적으로 말하는 경기다.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성적이 안 나오는 팀이 계속된 인기를 구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성적만이 그 팀의 인기를 좌우하는 것도 아니다. CJ프로스트와 블레이즈가 과거보다 성적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대다수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에는 원년 멤버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단순히 성적이라는 것으로 평가할 수 없는 요소가 그들에게 있다. 압도적인 서포터 실력을 통해 신이라 불리는 메드라이프, 팀원 모두가 잘생긴 외모로 인기를 구가했던 블레이즈와 여전히 그 팀의 얼굴을 담당하는 플레임. 다이브로 유명했던 막눈과 도도리아 프레이. 이들 모두가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것을 넘어 롤이라는 대회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팬들은 이 아이콘을 따라 움직인다.


실력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많다고 해서 선수들을 존중하지 않고 내치는 프로게이머단의 처사는 팬들을 화나게 하고 E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꺾는 계기가 된다. 선수단의 변경에 대한 그들의 권한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겠으나, 팬들과 선수들을 생각한다면 좀 더 신중한 결정과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굿바이 나진 소드.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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