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어제죠. 축구대표팀 명단이 드디어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발표되자마자 인터넷이 난리가 났습니다. 홍명보 감독의 "엔트으리"에 대한 비아냥이 상당하더군요. 원칙과 실력이 결국에는 인맥 축구로 귀결되었다며 실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수 선발이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며 두둔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속팀에서의 출전과 활약 여부를 통해 선발하겠다던 원칙을 깨고 올림픽을 같이 겪었던 선수를 12명이나 선발(부상으로 가지 못한 선수까지 포함하면 15명)한 결정에 의문부호를 달지 않는 게 이상하죠.


그럼 과연 홍명보는 인맥 축구를 한 것일까요? 전 그렇다고 보지 않습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박주영의 발탁과 이번 홍명보의 아이들이 대거 선발된 것에는 한 가지 일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신의 전술을 잘 이해하고 오랫동안 경험했던 선수들이라는 것이죠.


홍명보의 원톱 고집


올림픽대표 시절부터 홍명보 감독의 고민은 공격수였습니다. 그리고 와일드카드로 박주영을 발탁했죠. 왜 홍명보 감독이 계속 공격수를 고민했을까요? 바로 원톱 전술의 고집 때문입니다. 올림픽대표 시절부터 홍명보 감독이 주로 사용한 전술은 4-2-3-1 전술이었습니다. 미드필더를 많이 가져감으로써 수비의 안정감을 높이고, 공격에서는 측면 미드필더와 원톱의 다재다능함을 통해서 2선에 공격을 지원하거나 가능하다면 원톱이 마무리하는 식의 축구스타일을 고집했죠. 따라서 최전방 공격수는 홍명보 감독에게 정말 중요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승리를 위한 전술의 핵심 역할이니까요. 몸싸움과 패스는 기본이고 결정력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박주영이 선택된 것이죠.


이번 국가대표에서도 그 전술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근데 문제는 대표팀 선수들을 소집하면서 꾸준히 그 전술을 시험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공격도 살아나지 않았고, 수비도 계속 불안함을 노출했죠. (홍명보의 지금까지 국대 전적은 5승 3무 6패(14경기, 15득점, 17실점)) 원톱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김신욱의 경우, 유럽파의 시험무대와 박주영 발탁 전까지 거의 부동의 원톱 역할을 해왔습니다만, 득점력에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결국 다시 꺼내 든 게 박주영입니다. 그리고 일어난 것이 원칙 논란이었습니다. 홍명보도 분명 이런 논란이 생기리라는 것을 알았겠으나 박주영을 고집합니다. 소속팀에서의 실력을 떠나 원톱 역할로서 다재다능함을 가진 선수가 박주영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죠.


이쯤 되면 원칙도 원칙이지만, 이런 질문도 가능합니다. 왜 꼭 원톱 전술이어야 하는가. 다른 전술을 통해 대안을 마련할 수는 없는가. 그런데 홍명보에게 이러한 선택지는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홍명보 감독이 다른 전술을 사용한 경우는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지금의 전술이 공격적으로나 수비적으로나 부진했음에도 말이죠. (공격은 해외파의 합류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수비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미국으로 A매치 경기를 하러 갔을 때도 가장 신경 쓴 것이 아마 이 부분일 겁니다. 공격보다도 수비 조직력의 점검이 더 중점적이었겠죠. 하지만 실패했습니다.)


전술적 변화가 국대에서는 도박이기도 합니다. 조직력을 쌓을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커다란 전술 변화는 선수와 국대 경기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도 하죠. 사실 그래서 더 빠른 결정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홍명보는 자신의 전술을 수정하지 않았고, 결국 대안은 박주영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전술 속에서 검증된 선수와 함께


런던올림픽에서 같은 전술로 동메달을 딴 것은 분명 성과입니다. 그리고 홍명보감독과 선수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죠. 그리고 이후 국가대표팀을 맡은 홍감독의 입장에서 자신의 전술이 지금까지 성공적이지 않고 큰 전술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면, 선택은 하나밖에 없는 거죠. 자신의 전술 속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을 대거 발탁하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번 대표팀 명단은 이해가 가는 명단입니다. 자신의 전술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고, 성공 사례도 있다고 한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는 거죠. 문제는 언론에서 밝혔던 원칙입니다. 박주영뿐만 아니라 몇몇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활약이 없는 경우가 있음에도 발탁해 자신의 원칙에 모순되는 상황을 만든 것이죠.


그렇다면 결과는?


이제는 명단이 정해졌고 더는 바꿀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과를 내야 할 텐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요? 초 치는 것 같지만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유는 홍감독의 전술이 너무 뻔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월드컵을 치르는 상대 팀에게 우리나라는 전술을 너무 대놓고 노출하고 있습니다. 매번 같은 전술이었죠. 같은 수법을 계속 보여주는데 다른 팀이 대비하지 않을 리가 없죠.


아마 우리나라는 측면이 활약을 못 하고, 박주영이 고립되면 공격에서 실마리를 풀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겁니다. 이건 너무 눈에 뻔히 보이는 홍감독의 4-2-3-1의 약점입니다. 2선의 미드필더는 수비에 중심이 있지, 공격에 중심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측면과 원톱의 활약이 절대적이거든요.


홍명보 감독 입장에서는 박주영의 발탁이 정말 도박입니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가루가 되도록 까일 것이고, 월드컵 이후 감독직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여론이 정말 좋지 않거든요. 어쨌든 결과는 지켜봐야죠. 이렇게 까도 저는 대한민국 응원할 겁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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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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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 이외에도 많겠지만, 이쯤 되면 정말 이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정치인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타인 고통과 괴로움에 대해 얼마나 무감각하고 무심한지 세월호 사태가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막 구출된 구조자에게 친구의 사망 소식을 직접 묻는 언론이나, 사고로 사람이 실종된 상황에서 돈 계산을 하는 언론이나,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부모들 사이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겠다며 비키라고 하는 국가의 고위 관료나, 말 하나를 해도 조심해서 해야 할 정치인이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학부모를 위로한답시고 시를 올리는 행동이나, 세월호 사태에 극단적 정치의 발언을 일삼는 행동이나. 모두가 지금의 사태를 몸으로 크게 느끼고 있다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사회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

 

총체적인 사회의 시스템 구축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시스템을 실행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들 그 시스템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되기 마련이다. 이번 세월호의 사태도 마찬가지다. 비상사태에 따른 행동 요령을 선장이 몰랐을까? 그런 것을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장은 그런 메뉴얼을 지키지 않았으며, 많은 사람을 내버려 두고 혼자 탈출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국민적 분노를 샀다.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좋은 환경을 구축해 놓은들 이를 따르는 사람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세월호의 선장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 공감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버젓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시스템을 지적하기에 앞서 진정으로 이 사회 전체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반성이 아니다. 전 사회적인 반성이 필요하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타인에 대해 무심하며 무감각한지를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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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즈 시즌1은 이미 다음 분기에 시즌2의 연속 방영이 확정된 드라마로 이번 분기에서 가장 스케일이 큰 드라마다. 드라마를 보면 알겠지만 일단 연출부터 상당히 공을 들인 느낌이 든다. 이번 분기에서 가장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 드라마.





사실 이 드라마를 2화까지 봤는데도 이 드라마가 어떻게 진행되어 흘러갈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테러의 발생 이후 테러의 뒤에 숨어있는 거대 조직과 여러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주인공의 수사가 진행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인데 주인공의 가족, 주인공이 소속된 공안 조직, 주인공에 맞서는 다른 범죄 조직들의 상황과 이해가 얽혀 너무나도 많은 스토리 진행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의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사건을 조사하면서도 서로의 이해가 달라 갈등하는 이 3명의 구도는 드라마의 흥미를 더 해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는 우리는 3명의 캐릭터의 각각의 행동을 통해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어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연출과 스토리, 배우(니시지마 히데토시, 카가와 테루유키, 마키 요코)의 연기력이 더 해져 이번 분기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공산이 큰 드라마다. 어쨌든 이번 분기에서 제일 강추하는 드라마.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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