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3분기 일드도 거의 다 막을 내렸다. 사실 이번 분기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워낙 땡기는 작품이 없기도 했고, 지난 분기의 작품도 보다가 말았던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분기에는 그 유명한 히어로 시즌2가 있었기 때문에 일드를 보는 사람들의 관심을 왕왕 끌었지만, 나로선 히어로를 안 봤으니.


그래도 보던 습관 때문인지 기웃거리다 발견한 게 젊은이들. 배우들이 하나 같이 주연급으로 유명해서 엄청 기대를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2회만에 시쳥률이 곤두박질쳤고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도 이게 무슨 전원일기 같은 느낌이냐는 혹평을 받았지만, 난 전혀 그런 걸 느낄 수가 없었다.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원작을 살려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설사 그로 인해 옛 느낌이 난다고 하더라도 뭐 어떤가? 드라마인 것을?


다만 젊은이들이라는 제목에 맞지 않은 설정이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준 것 같다. 부모가 지어 준 낡은 집에서 형제끼리 모여 산다는 설정이 누군가에게는 진부할 수도 있고 억지 설정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을테니, 뭐 그럴 수도 있겠다. 게다가 주인공 중 가장 큰 형인 사토 아사히(츠마부키 사토시)의 1화 모습은 질릴 정도로 가부장적인 마인드로 도저히 요즘 젊은 세대와는 맞아 떨어지기 힘든 인물 설정이다. 이러니 1화를 보고 질려 떨어져 나간 시청자도 꽤 있으리라.


하지만 이런 점을 차치하고 보면 분명 이 드라마는 꽤 좋은 드라마다. 젊은 세대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내기위해 가족이라는 요소를 사용한 것도 괜찮았고, 그 내용의 진행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드라마의 진행속에서 정말 다양한 감정들이 오고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잔잔한 진행속에서 느껴지는 여러가지의 커다란 감정들.


게다가 배우들이 화려해서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정말 내용은 특별할 것 없이 잔잔했음에도 정말 몰입하면서 봤고 작은 감동과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준 드라마였다. 2014년에 본 일드 중에 가장 베스트로 기억될 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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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전 2경기에서 삼화의 Pawn 선수에게 솔킬을 당하고 멘붕을 한 페이커..)


요즘 한창 롤 인벤의 게시판은 SKT K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다. 작년 롤챔스와 롤드컵을 쓸어버린 팀이 1년도 되지 않아 롤드컵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상상이나 했는가.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인 이들이 다음 롤드컵에 나가지도 못할 것이라고. 그러나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롤드컵을 우승한 팀은 다음 롤드컵에 나오지 못한다는 징크스는 그대로 유지되었다.(프나틱이 그랬고 TPA가 그랬다.)


당장 지난겨울만 해도 이 팀은 롤챔스에서 무패 우승을 했다. 그런데 봄이 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전 시즌에 전승 우승을 한 무적의 팀 경기력이 흔들리자 사람들은 의심했다. 이럴 리가 없어. SKT K가 무너진다니 있을 수가 없다고 사람들은 믿었고 그래서 나온 것이 '조작'이라는 단어였다.


사실 그런 소리를 들을 만큼 SKT K는 잘했고, 누구도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다른 팀들은 SKT K를 두려워했고, 그들 앞에서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무적의 팀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우승팀은 철저하게 타 팀의 분석을 당하게 되어있다. 특히나 우승을 노리는 다른 팀이라면 말이다(삼성이 아마 가장 SKT K를 열심히 분석하지 않았을까?). 타 팀의 전력 분석과 그에 따른 대처는 SKT K를 언젠가는 괴롭힐 것이 분명했고, 그에 따른 SKT K의 주춤함도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 주춤함이 너무 빨랐고 사람들의 기대를 너무 빨리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그럼 SKT K의 불안요소는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SKT K를 급격한 하락세로 만들었는가?


서포터로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푸만두


시즌4에서 서폿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특히나 요즘 같은 경우 탑이 하던 역할까지 일부 흡수하고 정글이 하는 역할까지 흡수하면서 전천후로 활약해야 하는 포지션이 되었다(이니시, 갱, 맵장악, 원딜외 기타 딜러 보호 등등). 이 중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팀은 약점에 노출되기 때문에 서포터의 역량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럼 푸만두는 어떤가? 푸만두는 굉장히 공격적인 서포터다. 그가 해서 흥했던 서포터를 생각해보라. 애니, 자이라와 같이 서포터임에도 라이너에 맞먹는 순간 딜량을 뽑아내는 것이 가능한 챔프를 푸만두는 즐겨 했다(물론 나미와 쓰레쉬도 있으나, 쓰레쉬의 경우 주로 밴당했다.). 시즌3에 푸만두는 이런 서포터로 팀의 이니시를 주로 담당했다. 앞 점멸 후 궁을 통해 이니시를 열어 최대한 스턴과 딜을 넣고 죽는 게 SKT K에서 푸만두의 역할이었다.




(지난 롤챔스 윈터 KT Bullets와의 2경기에서 푸만두의 점멸에 이은 3인 궁. 이런 플레이가 푸만두의 전매특허였다.)


문제는 이런 플레이가 우리팀이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안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굉장히 위험한 플레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전승 우승을 한 롤챔스 윈터 당시에도 푸만두는 정말 잘 죽는 서포터였다. 페이커와 더불어 앞라인에서 상대방에게 이니시를 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덕분에 이니시는 환상적이었으나, 거의 먼저 죽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니시 이후 들어오는 페이커의 압도적인 딜량에 다른 팀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면서 한타를 이기는 그림이 계속 나온 것이다. 하지만 페이커가 마무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푸만두의 이런 포지션은 피글렛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실상 SKT K에서 피글렛을 지켜주는 사람은 벵기정도 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이니시와 딜에 집중할 뿐 피글렛을 지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글렛이 쉽게 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어그로를 페이커와 푸만두가 다 끌어주었고 순삭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미드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원딜의 캐리력이 올라간 작금의 현실에서 피글렛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으나 피글렛을 지키는 푸만두의 역량은 상당히 부족해보인다.


라인전이 약한 피글렛


피글렛은 원래부터 라인전이 강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T K의 봇라인이 밀리지 않았던 이유는 라인스왑 또는 라인전에서부터 압도하는 봇 조합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예컨대 피글렛이 베인을 가져갈 경우 SKT K는 반드시 라인 스왑을 했다. 반대로 라인 스왑을 하지 않는 경우 피글렛은 거의 케이틀린을 선택했다. 케이틀린은 원딜 중 가장 사거리가 길다. 게다가 푸만두가 자이라나 애니를 하면 봇의 딜교, 라인 푸쉬 싸움에서 절대 질 수 없는 조합이 나온다. SKT K의 봇 전략은 이것이 핵심이었다.


피글렛 하면 베인을 떠올리지만 사실상 피글렛에게 가장 잘 맞았고 안정감이 있었던 챔프는 케이틀린이다. 긴 사거리를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절대 맞지 않는 거리에서 딜을 할 수 있는 케이틀린은 혼자서 놀기에 부담이 없는 챔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메타에서 원딜은 안정성만 있어서는 안 된다. 트위치 코그모와 같이 순간적인 폭딜을 통해 상대방을 녹이거나 이니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근데 이런 챔프는 당연히 안정성이 떨어진다. 라인전에서부터 약하며, 크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그에 따른 서폿의 존재와 중요성은 커진다. 한타에서도 마찬가지다. 폭딜을 넣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며 그 적극적인 움직임에는 지켜주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서폿이 든든하게 자신을 지켜주고 있어야만 원딜의 적극적인 딜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푸만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푸만두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형적인 서포터가 아니다. 이니시에이터에 가까운 공격형 서포터인 것이다. 피글렛을 지키면서 이니시를 한다는 것이 푸만두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결국, 피글렛도 푸만두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속에서 포지션을 잡고 딜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버린다. 한타에서 피글렛의 포지션이 어정쩡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라인전이 약한 피글렛과 공격적인 성향이 높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푸만두의 조합은 현 메타에서 사실상 최악의 조합이다. 푸만두는 먼저 죽게 되고 피글렛은 도저히 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어정쩡한 포지션만 잡다가 죽게 되는 것이 지금의 SKT K의 현실이다.


서포터형 정글러 벵기


벵기는 전형적인 서포터형 정글러다. SKT K의 맵장악의 핵심에는 벵기가 있었다. 벵기는 정말 와드를 잘 박는 정글러 중 한 명이다. SKT K가 상대의 푸쉬나 갱에 적절한 대처를 하거나, 기가 막힌 타이밍에 용을 먹고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었던 이유다. 그에 반해 갱킹력은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닌데 이는 SKT K의 강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다. 게다가 자신 또한 정글을 꾸준히 먹고 다니니, 상대 정글러 보다 더 잘 클 수밖에 없었고 이는 한타에서 강력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요즘 정글러의 갱킹은 맵장악만큼이나 그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유는 미드의 로밍 영향력이 줄었기 때문이다(물론 최근에는 다시 미드의 로밍 영향력이 높아졌다. 포킹 챔프의 너프, 논타켓 스킬의 리스크 증가와 더불어 AD템의 상향, 확정 타켓 스킬이 많은 AD 챔프가 리스크가 덜하기 때문이다.). 탑은 텔포를 들고 다른 라인에 힘을 싣는 상황에서 결국 균형을 무너뜨리는 변수는 정글러에게 달려있다. 근데 벵기는 예전부터 변수를 만들어내는 정글러이기보다는 변수를 차단하는 정글러였다. 맵장악을 바탕으로 기가막히게 커버를 가거나 정글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풀어나간 것이다. 결국, 갱킹력이 약했던 벵기의 문제는 갱킹을 바탕으로 변수를 만들어내는 요즘 메타에서 문제가 되었고, 한 때 세체정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만들었던 벵기의 정글링에 대한 엄청난 비판으로 이어졌다.


주춤한 페이커(또는 성장한 다른 미드 플레이어들)


이런 라이너들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있으나, 사실 SKT K 부진의 가장 큰 핵심에는 페이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K팀의 강함이라는 지분 대부분을 페이커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약점을 다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페이커는 강했다. 상대 미드를 라인전에서부터 완전히 무너뜨렸고, 이를 바탕으로 한타에서 완전히 상대 미드를 무력화시켰다. 5:5 싸움이 마치 4:5인 것과 같은 기적을 페이커는 매 경기 만들어 냈다. 그런데 그런 페이커의 압도적인 모습이 요즘에는 나오지 않는다.


페이커의 압도적인 모습이 나오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말들이 있다. 페이커가 잘했던 챔프(아리, 리븐, 제드, 그라가스, 니달리 등)의 너프를 말하기도 하고 같은 팀원이 라인전에서부터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누구도 페이커의 문제를 지적하지는 않는다. 페이커는 여전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페이커는 미드를 압도하지 못한다. 왜 페이커는 여전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미드를 찍어 누르지 못하는가?


사실 이런 질문 자체가 너무 무리한 질문임에도 페이커이기 때문에 던지게 된다. 비정상적으로 라인을 압도했던 페이커가 다른 미드라이너에게 따라잡히는 모습을 팬들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페이커를 중심으로 미드가 상향평준화 되었다는 점이다. 다데, 폰, 꿍 등 내로라하는 팀들의 미드 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고 이들의 실력은 팀을 캐리하게 충분하다. 게다가 페이커에게 지지만 않으면 팀이 나를 받쳐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팀들이 페이커를 찍어 누르려 하기보다는 버티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게 되면서 타 팀 미드의 안정성은 더욱 강화된 것이 사실이다(덕분에 미드에서 솔킬을 내는 모습은 정말 보기 어려워졌다.). 이는 페이커의 캐리력을 떨어뜨리고 SKT K의 다른 라이너들의 약점을 노출시키기에 충분한 전략으로 먹힌 것이다. 


페이커가 평범해진다면 SKT의 다른 라인은 더 잘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SKT K의 문제 노출로 이어졌고, 이는 여지 없이 SKT K팀의 하락세를 만들어냈다.


시야 장악의 중요성


시즌4가 거의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삼성 왕조의 최대 강점은 시야 장악이다. 게임을 보고 있으면 맵 전역에 와드를 박아 놓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의 위치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상대 와드 위치까지 파악해 그 와드를 지우고 다닌다. 와드는 곧 그 게임의 데이터다. 상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어떤 전술을 사용하려고 하는지를 알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대응하고 움직이면서 완벽한 운영을 보여준다. 그럼 SKT K는 어떤가? 시즌4로 전환되고 가장 흥했던 윈터 시즌을 돌아보자. 사실 그 당시에는 모든 팀이 와드를 적극적으로 박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시즌3에서 서폿과 정글만 와드를 박고 다니던 것에 익숙해 전역에 와드를 박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실 시즌4는 정글의 와드 하나하나가 정말 큰 역할을 했었다. 라인 주변에 적극적인 와딩을 할 만한 포지션이 정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벵기는 이 부분에서 여타의 정글러 보다 최고였다.


그러나 갈수록 맵 장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동시에 라이너들의 와드의 중요성이 커졌다. 전 라인이 와드를 사서 맵에 박고 다녀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특히 미드 주변의 시야 장악이 매우 중요해졌다. 어쨌든 타 라인에 갱을 가려면 직선 갱이 아닌 이상에야 미드 주변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SKT K는 어떤가? SKT K의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페이커는 와딩을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와드를 자주 박는 편도 아니고, 와드를 지우는 것도 확실하게 와드가 확인된 것만 지운다. 이는 분명 타 팀 선수들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요즘은 정글과 미드 모두가 미드 주변의 와딩에 특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삼성은 그 부분에서는 정말 지독할 만큼 잘한다. 그러나 SKT K의 경우 푸만두가 활동폭이 넓은 편도 아니고 페이커가 와딩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벵기는 분명 와딩을 잘하나 상대팀의 미드와 정글이 모두 와딩에 신경을 쓴다면,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결국, 미드 시야에서 지는 삼성은 로밍이나 갱에 상대적으로 다른 팀보다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원래 무적이 아니었기에 가능성이 있다.


고칠 점이 있다는 것은 그 팀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SKT K는 강력할 때도 약점이 없는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겨냈고 압도적인 승리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제는 그 약점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때가 왔을 뿐이다. 사람들이 리빌딩을 이야기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그들은 아직 개선이 되지 않았을 뿐 변화를 줄 경우 충분히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팀이다. 이번 롤드컵 선발전에서 보여준 나진 쉴드를 보면 답이 나온다. 정말 말도 안되는 노력을 통해 팀이 완전히 하나된 모습으로 탈바꿈해서 나왔고 이번 섬머 시즌 우승팀인 KT A를 압도적으로 이기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나진 쉴드가 섬머시즌을 일찌감치 떨어졌다곤 하나 선발전까지의 시간이 그렇게 길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완전히 변화된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마 자신들의 부족함을 철저하게 받아들인 것이 첫번째가 아니었을까? 와치 조재걸 선수는 이번 선발전에서 롤드컵 진출을 확정한 이후 인터뷰에서 "솔랭만 무작정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타일이 메타와 어울리는지, 서포팅하는 정글러에서 캐리하는 정글러로 바뀌려면 어떤 걸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와치는 1세대의 마지막 정글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된 모습을 선발전에서 보여줬다. 와치의 이런 고민과 노력이 지금 SKT K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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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 탑 케릭 넘버 원이 되어버린 마오카이.)


요즘 리그오브레전드의 탑이 정말 어수선하다. 패치가 나올 때마다 탑의 메타가 급변하고 있다. 당장 지난 시즌 롤챔스에서만 해도 판치던 레넥톤 쉬바나는 거의 멸종되어 보이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들이 구려진 것인가? 너프를 당했나? 그렇지 않다. 여전히 레넥톤 쉬바나는 탑에서 쓸만한 챔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탑 ad챔프가 전멸했다는 것이다. 온통 ap탑 천국이다. 그나마 니달리가 ad탑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을 뿐.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의 탑의 역할


사실 이걸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탑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부분이 탱커라고 답할 것이다. 맞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탑은 탱커다. 하지만 탱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탱커들을 무너뜨리기 위한 탑 딜러케릭들이 분명 존재했다. 예컨대 탑 리븐이 그러했고, 탑 캐넨이 그러했으며, 탑 블라디가 그러했다. 이들 딜러케릭을 골랐을 때의 약점은 분명했다. 상대적으로 탑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대신 한타에서 탱커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탑 딜러는 양날의 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 딜러는 탱커 못지않게 흥했었다. 전략적 선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적 선택은 시즌3가 되면서 무너졌다. 라이엇이 체력템에 대한 대대적인 손을 보고 딜템을 상대적으로 하향시키면서 대 딜탱 오브 레전드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사실 레넥톤과 쉬바나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공템을 가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딜을 내면서 탱커역할까지 가능한 하이브리드한 챔피언이 바로 쉬바나, 레넥톤이었기 때문이다. 방향은 확실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탑에게 탱커를 요구했다.


갑자기 다시 버프된 원딜 아이템들


그랬던 라이엇이 갑자기 시즌4 중반 태세변환을 했다. 바로 원딜 아이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었다. 모든 원딜 아이템의 공속과 데미지 딜링, 그리고 이속과 방어막까지 허용하는 놀라운 변화였다. 이유는 있었다. 딜탱 오브 레전드로 인해 원딜이 활약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좁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즌3와 시즌4를 거치면서 원딜이 캐리한다는 말은 거의 옛말이 된지 오래였다. 라이엇의 태새변환 이전의 원딜의 역할은 캐리가 아닌 안정적인 딜링이었다. 따라서 그만큼 죽지 않기 위한 생존기를 가진 원딜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고, 이에 따른 챔프폭도 좁아져버렸다(케이틀린, 이즈리얼, 루시안 시대). 하지만 라이엇은 돌연 이러한 원딜의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원딜 아이템을 강화하는 대대적인 변화를 주었다.


혼돈에 빠진 탑


그리고 이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바로 탑이다. 원딜템의 버프와 함께 상대적으로 체력템이 하향되면서 탑의 역할이 불분명해진 것이다. 더이상 탑이 몸만 믿고 들어가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ap탑이다. 최근에 주목받았던 그라가스부터 마오카이까지 각각의 장점은 분명있지만 이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 딜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데 ap템에는 체력과 동시에 주문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로아는 ap탑에게 있어 가지 않으면 안되는 필수 아이템이 되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주문력에 체력에 마나 이 모두를 충족시켜주니 안갈 수가 있을까? 게다가 요즘 흥하는 ap탑들은 모두 체력 비례 데미지를 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러니 딜이 안나올 수가 있나.

둘째로는 기술을 통해 부족한 방어력을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라가스, 마오카이 그리고 요즘 뜨는 알리스타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이들은 일정 부분 퍼센트로 데미지를 감소시켜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굳이 방어 아이템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버틸 수 있으며, 방어템을 갔을 경우 괴랄한 생존력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하이브리드적인 속성이다. 이 챔프들은 까놓고 말해서 이전의 하이브리드 챔프인 레넥톤 쉬바나보다 더 심각한 챔프들이다. 딜과 탱 두 마리를 다 잡겠다는 욕심이 불러온 참사고 라이엇은 이것을 마오카이와 그라가스를 통해 실현시켜버린 것이다. 탑은 탱커다. 딜이 상대적으로 다른 라인에 비해 약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허나 라이엇은 계속 최대 체력에 비례하는 데미지라는 이율배반적인 요소를 추가해 탑에게 딜할 수 있는 요소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퍼센트 데미지 감소를 통해 방어도 가능하게 하는 모순적인 요소를 부여해 리그 오브 레전드의 탑의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이는 분명한 밸런스 파괴이고 탑의 정체성을 망가뜨리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탑은 선택이 가능한 포지션이었다. 딜을 할 것인가. 탱을 할 것인가. 허나 이제 선택의 여지는 없다. 딜과 탱이 동시에 가능한데, 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가. 하나만 선택하는 사람이 바보인 것이다. 하나만 선택한 유저들은 여지없이 저 케릭들에게 당한다.


차라리 시즌 2로 돌아가자


정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시즌2의 탑이 더 나았다. 시즌2의 탑은 서로 간의 상성 관계가 분명히 존재했다. 먹고 먹히는 카운터 픽이 있었기 때문에 챔프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 대놓고 알리스타, 그라가스, 마오카이를 픽한다고 해도 이들을 카운터칠 수 있는 케릭은 없다.

그리고 시즌2에서는 분명히 라인 지향과 한타 지향의 픽이 나누어져 있었다. 라인전에서 압도적인 위력을 보이는 케릭터는 상대적으로 한타에서 약했고, 한타에서 강한 케릭은 상대적으로 라인전이 약했다. 하지만 지금의 ap탑케릭은 그렇지도 않다. 라인전과 한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해결책이 필요하다. 원딜템의 버프는 상대적으로 탑 탱커들의 전체적인 하향을 가져왔다. 이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번 시즌4의 원딜 패치는 밸런스의 붕괴를 가져 온 패치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시즌3의 체력템의 버프가 원딜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시즌4의 원딜템의 패치는 탑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분명 라이엇은 이에 대한 인지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대책이 탑의 소수 케릭에 대한 패치라면 이는 오판이다. 

사실 시즌4에서 탑의 존재는 정말 어정쩡해졌다. 탱커로서 우리편의 방패막이 되어주는 역할은 서폿에게 빼앗겼으며, 이니시는 정글에게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탱커는 무엇을 해야하는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이를 반영하는 것처럼 탑은 혼돈의 시절을 겪고 있다. 탑 포지션에 대한 라이엇의 깊은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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