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의 죽음, 성형 대국 위한 불가피한 희생?(프레시안 기사)

 

답 안 나오는 갑갑한 기사를 봐버렸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우리는 항상 이런 식의 노답 기사를 접하게 되곤 한다. 인간을 사고파는 시점에서 시작된 인간의 상품화가 결국에는 인간의 외모까지도 개조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 사태를 결국 다시 인간의 노동이라는 관점으로 돌아가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이 현실.

 

근데 이걸 해결할 수 있을까? 맑스 말대로 노동자의 혁명이라도 일으켜서 자본주의를 엎어버리고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난 불가능하다고 본다. 민주주의가 뿌리내려 있고, 모두가 자본주의에 익숙해져 있는 지금이라면, 자본주의를 바꾸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윤리적 가치를 통해서 이러한 현상을 막아보겠다는 건 더더욱 나이브한 생각이다. 자본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환의 즉각적이고 분명한 현상을 사람마다 다르게 가진 윤리적 가치로 막아보겠다? 이것이 가능했다면 성형수술의 붐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성형수술에 대해 "인조적이다. 다 똑같이 생겼다. 로보트다." 라고 하면서 비하하는 사람을 자주 접할 수 있지만, 그런 현상은 전혀 성형 수술의 증가 추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맞추어야 할 초점은 의료 사고

 

성형수술을 하는 현상에 대해, 그것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식의 논쟁은 더는 무의미하다. 자본의 사회에서 내가 내 돈 주고 외모를 고치겠다고 할 때, 뭐라고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돈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성형을 하고 싶고, 해서 내가 잃는 것 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면 당연히 성형을 선택할 것이다.

 

 

(쌍꺼풀 수술은 수술도 아닐 만큼 성형은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문제는 의료사고다. 성형수술이 빈번하기 때문에 의료사고도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를 자연스럽게 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형수술을 받는 사람은 돈을 내고 의료서비스를 받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서비스가 잘못되었다면 응당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맞지 않은가? 그런데 프레시안의 저 기사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초점은 성형 수술 현상에 있지, 의료서비스에 있지 않다.

 

성형수술이 늘어나는 추세와 그 원인에 대한 지적이라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나, 성형수술 의료사고에 의료민영화, 인도주의, 윤리라는 단어를 끌어들이면 문제는 복잡해지고 붕 뜰 수밖에 없다. 성형수술이 범죄가 아니며, 그것이 시장의 자유에 맡겨져 있다면 남은 것은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성형수술 의료사고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법률 적용과 감시가 필요하다. 이것이 가장 먼저 지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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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먼저 이 글은 지극히 내 주관적인 견해라는 것을 밝혀두고 가는 바이다. 무도가 지금도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예능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거니와, 예능으로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생겨난 팬덤 또한 무시할 수 없으므로 먼저 사족을 달고 간다.

 

 

 

 

무한도전 위기설이 솔솔 피어나는 요즘, 과연 무한도전은 위기가 맞을까? 나는 위기라고 생각한다. 기사가 지적하는 시청률 하락 때문이 아니다. 방송을 한 지 10년이 되어가는 예능에 시청률 잣대를 들이대 봐야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무한도전은 신생 예능이 아니니 말이다. 문제는 웃음이다. 예능이 재미가 없고 더 이상 웃음을 줄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위기다. 근데 요즘 무한도전? 솔직히 말해 재미없다. 그렇다면 왜 재미가 없을까? 몇 가지 이유를 대 보겠다.

 

1. 캐릭터 실종

알다시피 무한도전은 예능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스토리는 멤버들의 캐릭터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후반기에 들어온 길을 제외하고 6명의 멤버들을 보자면 정말 무수한 별명이 무한도전에서 양산되었고, 이는 멤버들의 타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얼마나 많은 별명이 있는지는 엔하위키에서 멤버들의 이름을 검색해보라. 그리고 무한도전에서 있었던 멤버들간의 관계 설정도 생각해보라.). 무한도전의 캐릭터는 무한도전이 어떠한 새로운 시도를 한다 하더라도 무한도전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자 힘이었다. 그리고 이는 다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기반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캐릭터가 사라졌다. 덩달아 스토리도 없어졌다. 어느샌가 멤버들이 가지고 있던 별명과 캐릭터가 드러나거나, 언급되지 않는 상황에 와버렸다. 누구는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함께 프로그램을 하면서 상대의 모든 것을 다 알만큼 익숙해진 것과 친밀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과거 초창기에 무도가 멤버들의 삶의 폭로를 통해서 이야기를 생산해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의견에 충분히 공감할 만 하다. 그들은 이제 폭로를 하지 않는다. 각자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삶이 정형화되고, 무한도전에서의 시간도 익숙해지면서 더는 폭로할 것이 없어진 것이다(폭로할 것이 있다면 가정사인데 아무래도 이는 안되나 보다.).

 

2. 토크 실종

토크 실종의 상징적인 모습을 하나 꼽자면 바로 유재석이다. 과거 무한도전에서의 유재석의 역할과 지금 무한도전에서의 유재석의 역할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낀다. 지금의 유재석은 말이 많다. 사실 말이 많아진 것인지, 상대적으로 멤버들이 말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무엇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유재석은 과거보다 말이 많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과거에는 분명 멤버들이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특히 하하, 노홍철, 박명수는 당시 캐릭터답게 주도적으로 떠들어댔다(정준하, 정형돈은 받아치면서 토크에 들어왔었고). 이런 상황 속에서 유재석의 역할은 멤버들의 끝나지 않는 토크를 정리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해가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유재석이 토크를 주도하고 있다. 유재석이 말을 하고 멤버들이 끼어드는 식이다. 

과거 유재석은 무한도전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긴 했지만, 그리 돋보이는 존재는 아니었다. 유반장으로 불릴 당시에 그는 자신의 캐릭터 없음을 걱정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 부재, 토크의 부재와 맞물려 그의 역할과 능력은 극도로 빛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유재석이 계속 이끌어갈 수는 없다.

 

3. 대한민국 예능의 다양화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예능의 선구자와 같다. 정형화된 틀 없이 많은 것을 담아낸 프로그램으로 다른 예능 프로그램의 모범과 롤 모델이 되었다. 특히나 달력특집, 가요제, 추격전 등의 흥행은 이후 등장한 오디션 예능, 음악(가요)  예능, 로드 예능 제작에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오디션이나 음악, 로드 예능(그리고 그 외 너무 많은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이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사람들의 인기를 끌게 되면서 무한도전이 추구할 수 있는 영역이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가요제나 달력특집과 같은 건 지금도 인기를 끄는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이나, 굳이 무한도전이 아니어도 이와 비슷한 포맷을 접할 수 있는 대체 예능이 존재하고, 오히려 그런 예능들이 무한도전의 아이디어를 정규 프로그램화하면서 더 높은 퀄리티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굳이 무한도전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무한도전이 취할 수 있는 것은 장기 프로젝트뿐이다. 다른 예능과 차별화되면서도 무한도전의 어떤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장기 프로젝트밖에 없기 때문인데, 그래도 이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멤버들이다. 아무리 장기 프로젝트로 무한도전 특유의 예능력을 살리려 한들 멤버들이 이렇게 힘이 없으면 답이 없다. 앞서도 말했지만, 예능을 살리는 핵심은 멤버다. 멤버들이 이렇게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면 무도는 살아날 수가 없다. 사실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거나, 기존 멤버를 교체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가 있을 텐데, 이는 상상하기 힘들다. 이미 멤버들이 무한도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나도 무한도전의 팬으로서 무한도전이 잘 되길 바란다. 하지만 지금의 무한도전을 보고 있으면 걱정이 된다. 과연 무한도전이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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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이렇게 돌아간다. 안철수와 민주당의 통합 신당 창당 합의라니. 질려버린 정치에 관심끄고 살았지만, 이 소식을 들으니 코웃음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도통 명분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합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도 왜 이 타이밍에? 게다가 이 합당이 2017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합당이란다. 기가 찰 노릇이다. 또 안철수 vs 문재인 2탄 찍을라고?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1년이 지나고, 대선이 끝난지 채 1년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우리는 2012년 안철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기억하고 있다. 그가 새정치라는 이름을 걸고 민주당과 새누리당에 대적했을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양분되어 좁아진 정치 스펙트럼을 넓혀줄 새로운 대안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그는 새정치를 떠들었다.


그리고 그의 행보는 우리가 봤던대로다. 그는 새누리당에게도 까이고 민주당에게도 까였다. 그가 말한 새정치 때문에. 안철수는 우리나라 정치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정치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정치현상을 만들어내며 옛 정치진영을 쥐락펴락 한 것이 바로 2년전이다. 물론 그가 한 것은 별거 없다. 새정치를 떠들었을 뿐. 하지만 그것만으로 국민의 희망이 되었다. 안철수 현상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했다. 구 정치에 더 이상 국민들이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우리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고, 그에 대한 절망과 분노가 안철수를 지지하는 힘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했다. 정말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아닌 다른 대안정치가 국민들에게 필요했다. 정치가 바뀌길 바랬다. 그리고 그 희망을 안철수에게 걸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나 역시도 새정치를 떠들었던 그의 행보가 기대되었고, 그가 이제 막 정치를 하는 사람인지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정치는 그가 만드는 당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자 그럼 다시 따져보자. 안철수와 민주당은 합당하기로 했다. 무슨 이유로? 대선이 끝나고 1년 6개월 동안 민주당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대선책임론으로 당내에서 투닥거리는데 6개월을 허비하고, 국정원 사건은 1년이 훌쩍 넘어가는데 아직도 해결을 보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의 공약 불이행에 대해 떠드는 것은 좋은데, 민주당도 약속을 못지키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민주당은 이 박근혜정부 임기 1년 동안에 뭘 한 것인지 알수가 없다. 이런 정당의 어떤 점을 보고 안철수는 합당의 의지를 밝힌 것인가? 안철수도 마찬가지다. 도통 안철수의 새정치는 준비과정의 삐그덕대는 소리만 있었을 뿐, 보여준 것이 하나도 없다. 그가 보여준 것이라곤 힘들게 영입한 인사들을 너무나도 어이없게 잃는 모습 뿐이었다. 심지어 그 이유도 사람들이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게다가 그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민주당과 여전히 대립적인 인물이었다. 민주당도 그를 색깔없는 양비론자라고 비난했다. 근데 왜 안철수와 합당하는가? 안철수는 정치권에서 보여준 것도 없고 색깔도 없는 사람인데?


야합이니 뭐니 해도 정치권에서는 다 벌어질 일이니 그냥 이제는 웃어 넘길 뿐이다. 절차적 문제도 있지만 이번 합당은 애초에 명분이 전혀 없는 합당이다. 명분을 찾을 수가 없다. 있다면 새누리당을 이겨야 한다라는 명분 뿐. 그건 민주당이 허구한 날 내걸었던 명분이다. 근데 안철수가 그 명분을 따라간다? 그렇다면 그의 새정치는 오늘로 끝인 것이다. 안철수가 민주당의 어떤 모습을 보고 합당을 결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다 따르지 않는 것도 그렇고, 민주당의 현재 모습을 봤을때는 명분 없는 섣부른 합당이라는 결론 이외엔 어떤 답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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