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한바탕하고 와서 지치네요. 오늘 전효성이 사고 아닌 사고를 쳤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아이돌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정말 즉각적이에요. 그 이전의 아이돌의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도 드러난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아이돌에 대한 사람들의 잣대는 너무 날이 서있습니다. 사실 대단한 사건이 아닌 부분에 있어서도 과잉 반응을 하죠. 진짜 민감한 반응을 보여야할 일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구요. 이런 측면에 있어선 상당히 답답한 감정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뭔가 상식 밖이다 싶어서 말이죠. 팬덤이라는 현상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새삼 느끼구요.
뭐 여튼 지금 검색어 1위를 달리고 있는 전효성의 사건의 요지는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전효성이 "저희는 개성을 존중해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 라는 발언 이후 그 의미와 그 '민주화'라는 단어의 근원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겁니다.
저도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개성을 존중하는데 민주화시키지 않는다니 이게 무슨 말이지? 했는데,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이 '민주화'라는 뜻의 의미와 근원지를 '일베(일베저장소)'로 보고 있더군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베는 어떤 게시판의 찬성을 '일베로', 반대를 '민주화'로 씁니다. 단순하게 보면 여기에서 '민주화'의 의미는 부정이나 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거죠. 일베에서는 그렇게 쓰입니다. 근데 왜 하필 '민주화'를 반대나 부정의 의미로 쓰고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일베라는 사이트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도 일베사이트가 극우적 성격을 지닌 사이트라는 건 알고 있으실겁니다. 작년 10월쯤에 진중권과 '간결'이라는 일베회원이 진중권과 온라인 토론도 하고 그러면서 수면위로 떠올랐죠. 그때쯤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을겁니다. 그 이후에 변희재도 일베사이트를 언급 하고 뉴데일리도 일베를 소개하는등 보수적 성향의 언론에 소개도 꽤 됐죠. 따라서 일베에 관심이 없어도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이트라는 것 정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겁니다.
여튼 그 일베라는 사이트를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보수적 성향에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그리고 상당히 극우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죠. 따라서 저 '민주화' 버튼은 그러한 맥락과 연계되어 탄생한 겁니다.
그러면 생각해봅시다. 전효성이 쓴 '민주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사실 그 누구도 전효성이 아니기 때문에 전효성이 '민주화'라는 단어를 어디서 습득해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사용했는지는 누구도 모를겁니다. 하지만 발언을 따져보자면 일베의 '민주화'의 부정적 의미(반대 또는 부정 또는 억압)와도 들어맞을 측면은 분명 있습니다. "저희는 개성을 존중해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는 '저희는 개성을 존중해요. 개성에 반대하지 않아요.' 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들어맞죠. 따라서 사전적 의미가 아닌 일베에서 쓰이는 '민주화'라는 단어의 의미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 전효성도 같은 의미로 사용했을거라고 생각되요. '민주화'를 반대나 부정의 의미로 사용했겠죠.
근데 문제는 네티즌들이 전효성의 '민주화' 단어의 진원지를 일베로 보고 전효성이 일베에서 사용되는 민주화와 동일한 의미로 썼다고 파악하면서 전효성을 비난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전효성이 '민주화'를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용어로 썼다는 점에서는 비판받아 마땅하고 고쳐야할 지점이죠. 하지만 네티즌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전효성의 발언을 일베의 정치적 성향과 연결지어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일베가 쓰는 '민주화'의 단어와 의미의 맥락은 전효성이 쓴 것과 같다고 볼 수 없죠. 실상 저 발언만으로는 알 수 없는 지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효성이 일베의 정치적 성향과 몰상식함에 대해 그대로 답습했다고 보고 전효성을 비판하고 있죠. 지금 전효성은 거의 민주주의를 부정한 사람쯤으로 취급받고 있어요.
하지만 생각해봐야죠. 그 발언 자체만을 두고 봐도 전효성이 민주주의를 부정한다고 볼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저희는 개성을 존중해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 라는 부분에 민주주의를 부정한다고 볼 부분이 어디있죠? 없죠. 다만 저 민주화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몰랐다는 점에서 전효성이 지적받을 부분이 있는거죠. 그것만 비판하고 넘어가면 되는겁니다. 오히려 우려할 지점은 일베죠. 일베야 말로 민주화의 역사를 부정하는 정치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진짜 혹독하게 비판을 해야할 대상은 사실 전효성보다도 이 용어의 근원지인 일베죠.
그냥 이건 논외이지만, '민주화'라는 단어가 요즘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떤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아실겁니다. 은어같은거죠. 예를 들면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에서도 '민주화'라는 단어를 쓰는데 여기에서 '민주화'는 <초토화, 파괴, 학살>과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민주화가 이러한 의미로 쓰인다는건 참 안타까운 일이죠. 역사속에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 잘 가르쳤다면 아마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여튼 여러모로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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