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어하우스의 연인이다. 어제 최고의 이혼을 쓰다가 실은 멘붕을 해서 리뷰를 어떻게 마무리지어야하나를 놓고 4시간 끙끙거렸던 것 때문에 오늘은 그냥 인물소개 살짝, 스토리 살짝, 감상평 살짝만 가볍게 다루고 끝내야할 것 같다. 어차피 쉐어하우스는 드라마 자체만을 가지곤 쓸게 별로 없다. 본 사람들은 아마 알거다. 물론 이걸 다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나?




쉐어하우스의 연인이 일본에서 평균시청률 9.4%로 마감되며 소득 없이 끝난 것과는 달리 일드좀 본다는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는 기대가 좀 있는 작품이었나보다. 호타루의 빛 제작자들이 참여한다고 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결과물은 호타루의 빛과는 전혀 다른 상반된 분위기의 작품이 나와서 그런지 실망도 컸나보다.


사실 일본에서 시청률이 잘나오는 드라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예컨데 호타루의 빛의 경우에도 그 해에 나온 여러 인기드라마의 시청률에 비하면 하위권(13.4%)에 머무는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타루의 빛을 재밌게 본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이런걸 보면 일본사람들의 코드와 우리나라 사람들의 드라마 코드가 확실히 차이가 있는 편인것 같다.


뭐 여튼 각설하고. 드라마에 대한 내용 이야기를 좀 하도록 하겠다. 이 드라마를 3화 이상 보기 힘든 이유를 중심으로.




시오(미즈카와 아사미).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사는 여자. 사회에서는 밝고 성실하고 열심인 사람이지만 혼자 있을때 드러나는 내면은 전혀 그렇지 않다. 외롭고 쓸쓸하고 우울한 영혼. 일단 여자 주인공, 등장하자마자 우울한 오오라를 마구 뿜어댄다.




탓페이(오오이즈미 요).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밝은 역할. 뭔가 극에서는 같이사는 우울한 두 사람을 구원해주는 구원자같은 느낌이다. 다른 세상에서 온 것도 그렇고 힘이 되주려고 엄청 노력하는 것도 그렇고. 다만 외계인이라는 컨셉 때문에 스토리가 붕 떠버리는 느낌. 우울한 존재가 있으면 밝은 존재도 있을 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그 밝은 존재를 외계인으로 만든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너무 인간처럼 생겼고 너무 인간처럼 행동한다. 




사쿠라이(타니하라 쇼스케). 아내한테 한소리 들었다는 이유로 상처받아서 회사도 때려치고, 집도 나와서 자살까지 하려는 우울함으로 가득찬 인간. 이 캐릭터가 드라마의 우울함을 주도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가 끝날때까지 계속 시크하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요인물만 봐도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지 않고 약간은 어두울 것 같다는 점을 예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예감대로 이 드라마는 거의 끝날때까지 우울하고 소박하고 잔잔하다.




사실 이 드라마가 이런 우울한 분위기로 가지 않을 가능성은 있었다. 1화만 보면 그런 기대감을 가질 만한 요소가 있다. 바로 저것. 동성애다. 드라마의 간략한 소개에는 쉐어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삼각관계를 그린 것이라고 되어있는데 여기에서 그 삼각관계는 트라이앵글 순환 삼각관계다. 즉 사쿠라이 -> 탓페이, 탓페이 -> 시오, 시오 -> 사쿠라이 로 이어지는 순환적 관계다. 


따라서 이 삼각관계를 긴장감있게 잘 끌어갔다면 드라마가 상당히 흥미진진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한 것 같다. 사쿠라이와 탓페이의 러브러브도 사실 저 키스 이후 그 이상의 뭔가는 없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김이 샌다. 





탓페이의 경우도 시오를 사랑한다기보다는 친한 친구로 여기고 편하게 대하는 느낌이다. 물론 거의 마지막에가면 좀 연인같은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초반은 전혀 그렇지 않다. 따라서 탓페이와 시오의 관계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찾아보긴 힘들다. 시오가 사쿠라이를 좋아하는 것도 시오의 일방적 감정의 흐름만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삼각관계가 전혀 흥미 없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삼각관계의 진행과정이 생각보다 지지부진하다는 점과 사랑의 감정선을 소박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꽤나 답답한 감이 있다.




이런 가운데 사실 탓페이라는 케릭터가 없었다면 이 드라마는 정말 재미없는 드라마가 됐을지도 모른다. 탓페이가 외계인이라는 컨셉때문에 드라마가 약간은 붕 뜨는 느낌도 있지만, 사실 탓페이 때문에 이 드라마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그리고 탓페이를 중심으로 변화되어가는 시오와 사쿠라이의 감정을 지켜보는 것도 이 드라마의 재미 중 하나다.


어쨌든 신나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내심을 갖고 볼 수 밖에 없는 드라마다. 일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다. 소소하고 깨알같은 일상을 다루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괜찮지 않을까.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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