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분기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최고의 이혼. 일드 리뷰를 쓰기로 마음먹고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게 이 드라마다. 최근 작품이기도 하고, 여튼 쓸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래저래 생각을 하다보니,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내용을 상기하기 위해 다시한번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배우들에 대한 것은 드라마 이름을 검색하면 알아서 나오기 때문에 생략하고 바로 내용 스포 들어간다.(사실 배우에 대해서는 일드를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른다. 이 드라마에서 익숙했던 배우는 에이타 뿐이다. 그것도 라스트 프렌즈보고 눈에 익은 것일뿐.) 그냥 갑자기 생각난건데 사람들은 자신이 보지 않은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스포를 하면 상당히 싫어하는데, 나는 오히려 대략적인 배경지식을 좀 깔아두고 보는게 영화나 드라마를 이해하고 그 내용을 즐기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최고의 이혼이 다루는 주제는 드라마를 보면 알겠지만 사랑이다.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부부관계와 결혼이라는 것을 통해 코믹하게 잘 다뤘다. 물론 이 주제 자체를 꼭 결혼이나 부부관계를 통해 다뤄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부부관계를 통해 사랑을 다루면 사랑이 현실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 그 내용이 진부해질 가능성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최고의 이혼은 그렇진 않다. 결혼하지 않은 나같은 사람이 봐도 최고의 이혼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 그런 측면을 보면 이 드라마가 부부관계나 결혼이라는 측면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오히려 최고의 이혼에서 나오는 부부는 부부라기보단 동거하는 연인같은 느낌이랄까? 드라마 중에 아이가 없는 것도 부부의 관계를 연인으로 보게 해주는 측면이 있다.




(정리벽이 있는 미츠오와 어지르는데 선수인 유카)


언제나 그렇지만 다투기 시작하는 남녀관계의 갈등은 사소한 것과 서로의 작은 차이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점에서 시작된다. 포테토칩을 먹은 손으로 아무렇지 않게 DVD를 잡는다든지, 영화보는 약속을 잡으면 지각을 한다든지, 나는 레드와인이 좋은데 상대방은 화이트와인이 좋다하고, 난 돈까스 먹기 싫은데 상대방은 돈까스를 먹자 하고.(드라마에서 나오는 것들을 그대로 가져왔다.) 물론 서로의 다름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나의 것을 고수하기 시작할 때 문제는 발생한다. 이 드라마는 이러한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





극중에 나타나는 두 부부를 보면 알겠지만, 결혼에 대한 자각이 없다. 미츠오(에이타)와 유카(오노 마치코)부부, 료(아야노 고)와 아카리(마키 요코)부부 둘 다 결혼을 사랑해서 했다기보다는 그냥 마지못해 어쩌다보니 하게된 것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찜질방에서의 아카리의 말은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그게 아무리 불안해도 지루한 남자랑 있는 것보다는 좋다고 생각해. 어제도 12시 넘어서는 집에 왔고, 죽도 한그릇 더 달라면서 열심히 먹어줬고, 왠지 보고 있으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돌아오는 건 우리 집이고."


이건 아카리가 료가 바람을 피우는 것에 대해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상관없다. 결혼했으니까. 어차피 그가 돌아올 곳은 내가 있는 곳이다. 법적 부부관계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특별한 관계이니까. 하지만 아카리는 료가 혼인신고서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이후에 이 사실을 알게된 아카리는 패닉이 된다. 사실 중요한 것은 료가 자신 이외의 사람과도 잠자리를 가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카리에게 그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남자는 어차피 내 것이다. 법적으로. 사랑은 빠져있는 결혼인 것이다.(사랑보다 중요한게 결혼이라고 아카리는 생각했겠지만, 결혼한게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그녀는 결혼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는 것을 모른다.)





미츠오와 유카에게도 이는 마찬가지다. 사랑이 빠진 결혼이니 이혼도 쉽다. 부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를 먹었다는 이유로 쌓여있던 분노가 폭발해 이혼서류를 작성하는 이들의 모습속엔 사랑이 없다. 심지어 이혼서류를 작성하는 그 순간에도 이들은 이혼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지 않다. 앞으로의 관계가 끝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러든지 말든지다. 여차저차 해서 하게된 결혼이니 이혼도 어떻게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이다.




극중의 이러한 갈등과 서로간의 관계에 대한 정립은 문제 많은 모자란 4명이 서로에게 조언해주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11화까지 대부분의 내용이 이런 모습이다. 두 부부가 얽히고설키면서 각자를 다른 누군가가 대변해주고 말해주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꽤나 정신없는 전개지만 이 과정속에서 각각의 부부는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극의 과정이 절정에 치닫게 될 때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두 부부는 알게 된다. 사랑은 나를 정립하는 것에서 시작해 나를 부정하고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자 그것을 통해 나와 상대방이 닮아감을 넘어 같아질 때 사랑이 완성되어 간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여전히 각자는 너무나도 다르지만 상대의 영역을 내 영역안에 받아들일 수 있을때 사랑은 시작된다는 것을 극의 마지막에 보여준다.



뭔가 리뷰를 쓰다보니까 기승전병이 되버렸다. 초반의 부부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후에 중간에 부부가 변화해가는 과정은 꽤나 길고 마지막까지도 이들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 과정을 다 쓸수는 없다. 내용이 궁금하다면 드라마를 꼭 보시라.


여튼 사랑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드라마. 뭔가 일상을 이야기하는 이런 소소한 드라마가 좋다.

Posted by honj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