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유명한 일드 1리터의 눈물입니다. 심심해서 봤는데 완전 빠져버렸어요. 드라마를 너무 잘 만들었더군요. 실제이야기여서 그런지 억지스러움도 없고, 현실적이면서도 드라마의 요소도 잘 갖춘 것이 각색을 엄청 잘 한것 같았어요. 뭐 이렇게 말해도 영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여튼 각설하고 잘 만들었습니다. 정말.


드라마의 이야기는 불치병에 걸린 한 소녀가 점점 자신의 몸에 장애가 생겨나고 할 수 없는 것들이 생겨나면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이야기죠. 누구는 이 드라마가 엄청 뻔한 이야기라고 그러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 주변 친구중에도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거든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 친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생각하니까 저에게는 이 드라마가 뻔하게 다가오는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오더군요. 



무엇보다 주인공의 몸에 장애가 생겨나면서 주인공 주변의 삶이 달라지고, 주인공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지면서 겪게 되는 주인공의 심경변화와 고통을 이 드라마가 정말 잘 담아낸 것 같아요. 내가 이전에는 할 수 있었던 것을 이제는 할 수 없다는 현실때문에 자신의 삶이 가장 우선적으로 달라지죠. 게다가 자신이 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생겨나고, 자신의 몸에 병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해야하는 것들을 남들이 대신 해주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부담. 그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이 주인공을 엄청나게 괴롭히죠. 주인공을 당연히 돕는 가장 가까운 가족마저 주인공에겐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주인공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고, 그들 개개인의 삶의 소중함을 가족의 일원인 주인공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학생이었던 주인공은 학교에서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다만 학교에서 함께지내는 학우들의 태도는 가족과는 조금 다르죠. 주인공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학우는 주인공을 짐으로 생각합니다. 주인공때문에 다수의 학우들이 불편함과 피해를 입어야하는 것에 대해 학우들은 불만을 가지죠. 그래도 변함없이 자신을 도와주던 친구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부담이 된다는 것을 확인해가는 주인공의 마음은 또 한번 괴롭습니다.



결국 주인공은 불편한 몸으로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은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도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가죠. 사실 이 부분이 드라마의 가장 불편한 부분이예요. 남들과 똑같이 살고 싶지만 장애가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것과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장애를 가진 자신의 몸으로 이제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가 인정하고 선택해야한다는 것이죠. 여기엔 필시 원망이 생길 수 밖에 없어요. 내가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이런 병에 걸려서 고통받아야 하는가. 그리고 그냥 남들 다 하는 것처럼 살고싶고 그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생겨나죠.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보여줍니다. 장애를 가진 그 순간부터 나는 저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그 지점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게 주인공을 다시금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요.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그 순간부터 주인공은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스스로 감당하는 것과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고 타인의 도움을 구하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장애를 감당할 권리와 장애로 인해 자신이 할 수 없는것에 대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권리, 그 모두가 장애인들에겐 있죠. 즉 불편함을 감수할 권리와 할 수 없는 것에 있어서 도움을 받을 권리 모두가 장애인들에겐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를 인정하고 그 권리를 부여하고 지켜 주는 것이 필요하죠. 이 드라마는 그것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어요. 나중에는 정말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는 주인공이 가족의 배려를 받으면서도 지속적으로 불편해하죠. 그러면서 자신이 감수해야할 불편함을 찾으려고 애써요. 그게 자신의 권리이고 자신이 감당해야할 것이니까요.



장애를 겪지 않는 우리로서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저 부분이예요. 장애인이 감당해야하는 부분과 장애인이 감당 할 수 없는 부분을 어떻게 구분하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도와야하는지에 대한 부분말이죠. 그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필시 도움을 받아야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우리는 잘 알지못합니다. 따라서 고민하게 되죠. 어디까지 장애인들을 받아들이고 우리가 이들과 우리의 삶을 공유해야하는지, 또 어디까지 장애인과 우리는 다르다는 선을 그어야하는지 말이죠. 낙인 찍기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을 일원으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죠.


장애를 겪고 있는 제 친구는 대학교 들어와서 만나게 됐는데 정말 대단한 친구죠. 신체가 조금 부자연스럽고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대화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친구인데, 대학교에서 항상 성적 장학금도 받을 정도로 열심인 친구였거든요. 지금은 그 친구와 가깝게 지내지 않지만, 알게되었을때 2년정도는 정말 그친구와 대화를 많이 하려고 애썼었어요. 언어장애가 있다보니 대화를 받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하고싶은 말도 많은 친구였고 또 외로움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자주 긴 시간동안 대화를 하고 그랬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친구의 외로움과 긴 대화의 시간이 저에게도 슬슬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 친구의 언어장애로 인한 대화의 길어짐과 그 친구의 말하고싶은 그 욕구를 제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죠. 제가 그 친구에게 해줄수 있는 것은 단순히 일상의 대화였고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었는데도 그것도 너무 부담스럽고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참 이 친구가 가엾고 힘들었겠구나 라는 동정의 마음에서 열심히 이 친구와 관계를 지속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마음만으로는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과 그로인해 관계가 다시 멀어졌을때 이 친구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남기게 된 다는 것을 알게됐죠.


참 어렵습니다. 함께 사는 구성원으로서 장애인은 분명 우리와 함께 있어야할 존재인데, 그러면서도 또 그들만의 권리를 생각해야하고 또 그들이 우리와는 다른 존재임을 우리가 인식하고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도 그들이 감당해야 할 것에 있어서는 우리가 나서서는 안되는 이 지점이 너무 어렵네요. 우리가 항상 함께하는 것, 통일성 그리고 하나됨을 이야기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하나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다시한번 느꼈어요. 그러한 불편함을.


이 드라마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인공이 평소에는 너무나도 당연히 할 수 있어서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을 뒤에는 할 수 없어서 이제는 그 당연했던 것이 너무나도 소중해진 것을 발견하는 지점에서 상당히 공감하고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더군요. 저는 비관적인 인간인지라 그런지 그 지점에서는 별로 와닿지 않았지만 말이죠. 어쨌든 이 드라마는 참 감동이면서도 이런저런 메세지를 많이 던져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꼭 한번쯤은 장애를 생각하면서 이 드라마를 보시길 바래요. 상당히 사회적으로도 던져주는 메세지가 있으니까요.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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