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이후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나온 이야기가 모바일 경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당내 비주류라고 불리는 집단에서 친노진영에 대한 책임과 더불어 친노진영에 힘을 실어준 모바일 투표에 대해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게 도대체 대선 패배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고 대선패배의 요인으로 모바일투표를 지적하는 민주당의 모습도 뭔가 마뜩잖은 느낌이지만, 어쨌든 민주당쪽에서는 모바일 투표가 당심과 상당히 괴리가 있고, 또 모바일 투표가 특정집단의 기득권유지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서 폐지를 하는게 맞다고 주장하는군요.


모바일 투표의 한계를 지적하는 점에서는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모바일투표라는 점이 모바일에 익숙한 특정한 집단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한계점은 분명이 있었죠. 특히나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층의 표심이 이 모바일투표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구요. 국민경선이라는 것을 도입했던 민주당에서는 이 점을 극복하고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투표를 준비했어야하는데 그 한계를 사실상 극복하지 못했죠. 이후에 모바일투표에 대한 뒷말도 꽤 있었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바일 투표를 통해 국민들의 표심을 반영한 당을 세우는 과정이 완전히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인 것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모바일 투표가 도입되는 과정은 민주당이 시민정당, 국민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하고 자기들안에 갇힌 정당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요구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었고, 처음으로 국민들이 자신의 손으로 한 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상당히 획기적인 방법이었으니까요. 물론 그게 모든 시민의 의견을 완벽히 반영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반영하려고 했던 그 시도 자체는 상당히 혁신적이었죠.


따라서 이 모바일 투표에 대해서 민주당이 취해야할 태도는 사실 모바일 투표의 시스템 개선과 어떻게 당에 대한 국민들의 표심을 많이 그리고 모든 연령층의 표심을 골고루 반영해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의 모습은 모바일 경선에 참여했던 무수한 사람들과 모바일 경선을 주장했던 사람들을 특정 기득권 집단으로 규정하고 소수의 사람들이 모바일 투표를 주장하고 조직을 동원해 경선에서 이기고 당권으로 기득권을 쥐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극단적인 결론에 이르러 모바일 투표를 폐지하는 쪽으로 강하게 주장하고 있죠. 그러면서 당심과 민심은 모바일 투표와는 다르며,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고 승승장구했던 친노진영과 그 친노진영을 지지한 사람들은 조직된 소수이고 민심이 아니라는 결론에 까지 이르렀네요. 모바일 투표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상당히 기분이 구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저도 참여했었는데 저는 동원되고 조직된 사람인가요.


그래서 결국에는 완전한 당경선을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데 그러면 당 경선은 조직동원이 없을까요? 모바일 투표를 폐지하고 당내의 당권을 가진 사람들로 당의 선거를 치루고 하면 민주당이 제대로된 정체성을 가지고 제대로된 정당정치를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했을때 국민들이 인정해줄까요? 제 생각에는 어느하나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무엇보다도 대선이후에 벌어지는 모바일 투표의 논란과 여전히 계속되는 계파 싸움을 보면서 민주당이 얼마나 대선이 되어서 까지도 당내에서 연합도 안된 오합지졸의 상태로 서로 투닥거리면서 대선을 치루었을지를 생각해보니, 이 정당은 아직 한참 멀었다 싶습니다. 설사 모바일투표가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고쳐나가면서 연합하고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어야하는데 말이죠. 실상 지금의 모바일 투표 폐지와 함께 나오는 대선패배에 대한 보고서를 보고 있으면 결국 친노가 다 말아먹었다는 식이니까요. 사실 결론은 민주당 니네가 그냥 다 못한거고 모두가 말아먹은건데 말이죠. 이런 모습을 보니 5년후도 별로 기대가 안됩니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원병 보궐선거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0) 2013.03.04
  (0) 2013.02.27
노회찬 대법원 판결을 보며  (0) 2013.02.16
가족이란 의미  (0) 2013.02.09
논란이 되는 기초연금의 문제점  (0) 2013.02.04
Posted by honjo
,


정말 웃기네요. 삼성과 관련한 안기부 X파일에서 검사의 실명을 공개하고 고발한 노회찬 의원이 결국에는 집유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이니까 앞으로 2년동안은 국회의원에 출마할수도 없고 2년의 시간이 흘러도 이후에 재보궐 선거가 있기까지는 국회에서 볼 수 없겠죠. 아쉽네요.


법원의 판결을 보며 참 화가났습니다. 어떻게든 노회찬의원을 끌어내리기 위한 판결로 밖에 보여지지 않더군요. 사실 안기부 X파일의 도청과 그것을 확보한 자세한 과정을 잘 몰랐기 때문에 저는 불법도청으로 인해서 징역형을 받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그 파일을 받은 과정은 안기부에 소속되었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안기부를 나왔던 직원이 도청한 X파일을 가지고 있다가, 이 파일을 이용해 재기를 꿈꾸던 사람들에 의해 여기저기 협박용으로 이용되다가 결국 MBC의 이상호 기자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더군요. 그리고 이 녹취록에 있는 사람의 실명을 거론한 것이 노회찬 의원이구요. 결국 요지는 노회찬의원은 이 파일을 불법적으로 구한 것도 아니고 도청을 한 것도 아닙니다. 불법도청은 안기부(국정원)가 한거죠.


하지만 이 고발이 결국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용기있게 고발했는데 그 고발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도리어 자신의 목을 친 격이 된거죠. 마치 그런거예요. 이웃집에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이 집에 침입하려하길래 동네방네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도둑이다!!!" 라고 했더니, 이후에 경찰이 와서 조사를 하고 보니 도둑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소리친 사람이 너무 시끄러우니 "당신 왜이리 시끄러워" 하면서 고성방가로 잡아가는 격 인거죠.


사실 정말 웃기는게 노회찬 의원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법원은 모두 인정을 했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언급한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의 실명 거론에 대해서도 녹취록의 대화를 통해 충분히 이성적으로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라는 점을 인정했구요. 그리고 녹취록의 내용에 비추어 삼성이 검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을 것으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죠. 결국 노회찬 의원이 한 행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법원이 확정시켜준겁니다.


근데 고작 그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걸린거죠. 참 웃깁니다. 법의 판결이 이렇게 난 것도 웃기고 답답하지만, 노의원을 명예훼손 및 통비법으로 기소한 검찰의 모습이 더 치졸하고 더럽게 느껴집니다. 이 조직은 정말 반성할 기미도 없고 자정할 능력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상호 기자 같은 경우에도 똑같은 통비법으로 검찰이 기소를 했었죠. 이런모습들을 보면 검찰들은 법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떻게든 혐의를 적용시켜 자신들을 위협하는 세력을 제거하려는 거죠. 이게 사법부와 행정부의 참 모습이 맞는지 의문이네요. 법원은 그렇다고 있는 법을 적용 안시킬수도 없으니 판결을 내렸을테고. 참 답답합니다.

Posted by honjo
,

가족이란 의미

단상 2013. 2. 9. 10:01

설날이다. 설날이 되었는데도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은지 거의 4년쯤이 되어가는 것 같다. 사실 이번 설날에는 내려가려고 했었는데, 아버지의 차가 몇일전 고장이나고, 버스와 기차가 모두 매진되어버려서 못내려가게 되었다. 뭐 그런 이유이긴 하지만 사실 작정하고 내려가려면 내려갈 수 있었을테다. 하지만 그냥 귀찮아지신게지. 나 역시도 별로 내려가고 싶지 않다. 친척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왕래가 잦아서 친밀한 것도 아닌데다 애초에 나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르르 몰려다니고 뭉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전에 그렇게 "가족이 먼저다."를 외치시며 명절을 챙기고 빠짐없이 내려가시던 아버지가 명절을 챙기지 않게 된 이유가 있다. 그건 고모로 인해 생긴 가족간의 다툼 때문이었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고모부를 교통사고로 잃게 된 고모가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남자가 자식과 아내도 있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뒤 집안은 한바탕 소란스러워졌다. 일단 고모가 유부남과 교제한다는 사실에 모든 가족들이 분노했고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동의했다. 하지만 이후에 고모를 더이상 가족으로 대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아버지와 나머지 가족들간의 다툼이 심화되면서 아버지와 나머지 가족들의 사이도 어색해져버렸다.


참 바보같다. 뭐한다고 그런 다툼을 벌이는지.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실상 그런 다툼의 자리에 고모는 없는데, 없는 사람을 두고 가족끼리의 다툼으로 또 서로가 어색해져버리다니. 당사자인 고모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좋아하게 됐는지는 전혀 관심도 없고, 그냥 유부남을 좋아했다는 사실 그 자체에만 몰두해 고모를 그냥 가족의 이름을 더럽힌 사람으로 낙인 찍기에 급급할 뿐이다.


그렇게 고모는 우리 가족에게서 떨어져 나와버렸다. 물론 여전히 고모가 혈연으로 맺어져있다는 사실은 무슨 수로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혈연이라는 것이 지금 이 사태에서는 아무런 역할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너는 내 핏줄이다.' 이거? 다 쓸모 없다. 특히 고모는 절절히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최근들어 깨어지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이혼률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상처받고 괴로워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이제는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자연스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막 종교를 믿기 시작했던 2006년쯤부터 적어도 청년들에게 중요했던 한가지 화두는 가족의 깨어짐으로 인해 상처받은 자신의 내면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힐링. 회복. 참 지금 생각해보면 종교가 그런 변화의 지점을 민감하게 잘 잡아내긴 한 것 같다. 물론 그 해결 방식에 있어서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그랬던 흐름이 이제는 세상에까지 퍼졌다. 힐링캠프. 힐링이 필요해. 서로다른 힐링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 힐링의 지점도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개개인에게 이 힐링이라는 단어는 먹히고 있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지점이다.


뭐 어쨌든 가족의 회복 또한 필요한 것이겠다. 노력도 해야하고 뭔가 좋은 방법도 찾아야할 것 같다. 왜? 가족이니까. 한번 가족은 영원한 가족이니까. 누가 뭐래도 내 가족이니까. 그런데 가족이 가족을 죽이고, 이혼을 하고, 자식을 버리고. 이런 일이 힐링을 이야기하고 가족을 회복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왜? 가족이잖아! 근데 왜?


"가족 가족 가족!!" 가족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족이 형성되었던 그 과정과 역사의 사실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나에게는 참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애초에 한 가정이 형성되는 시작은 남남에서부터다. 생판 모르는 남남이 만나서 결혼을 해 가정을 형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무슨 끊을 수 없는 인연 이런건 없다. 그런 종교적 발상은 제발 집어 치우자. 오로지 가족의 형성은 남남이라는 존재로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남의 존재로 만났기때문에 앞으로 만들어나가야할 가족의 영역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것은 그 영역을 만들기 위한 책임의 시작일 뿐이다. 결혼했기때문에 이제 가족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남남의 연합의 이루어짐이 시작되었을 뿐이다.


자식을 낳아 새로운 가족이 생겨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식을 낳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그 자식이 바로 너, 바로 나라는 사실은 애초부터 정해져있던 것도 아니고 부모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같은 자식이 나올 줄 알고 부모가 나를 낳았을까? 전혀. 자식을 가졌지만 그 자식은 완전히 하나의 낯선 존재로 가족의 영역에 들어올 뿐이다. 가족은 그 낯선 존재를 책임지고 보살핀다. 그렇게 자식을 키우는 것이다.


아주 대충이라도 가족의 형성을 살펴봤을때 가족을 유지하고 나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쉽게 드러날 것이다. 바로 책임이다. 오로지 낯선존재들끼리 만나 연합하는 이 과정가운데 그들이 가장 우선시 해야할 것은 책임이다. 왜냐하면 그 과정의 주체로서 그들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선택하지 못한 것은 가족을 형성하는 대상뿐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내가 원하는 아내, 내가 원하는 자식을 선택하지 못했을 뿐, 가족을 형성하는 과정 그 모든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이 선택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대상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부터 가족의 깨어짐과 상처와 고통은 시작된다.


따라서 사실상 가족의 깨어짐, 상처와 고통은 피할 수가 없다. 운 좋게 정말 내가 원하는 존재를 만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가족의 깨어짐과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나로서는 두 가지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나는 가족을 형성했을 경우 책임을 의무화 시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말이다. 법으로. 또 다른 하나는 가족이라는 개념을 제거하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개념이 우리를 깨어짐과 고통으로 내모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족이라는 개념을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는 실현 불가능하다.


가족으로 인해 생겨나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감당하려면 우리는 힐링을 외칠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현실을 직시하는 것 뿐이다. 가족이라는 것이 얼마나 약한 고리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그 가족을 잘 형성하고 꾸려 나가기 위해서 얼마나 무시무시한 책임을 감당해야하는지 말이다. 자신이 전혀 원하지도 않았던 존재를 책임져야한다니. 어휴.

Posted by honj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