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되면 대학교와 관련한 뉴스를 장식하는 이슈가 하나 있다. 바로 대학교 등록금 투쟁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등록금과 관련한 뉴스가 쏟아졌다. 대부분의 대학이 동결에 가까운 수준의 인하를 하거나 등록금을 동결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은 대학의 등록금 인하율이 지난 10년간 50%에 가까운 인상율에 비해 현저하게 낮을뿐더러 반값등록금만으로 등록금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으로 대학의 결정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필자도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서 반값등록금의 정책이 정치권에서 튀어나왔을때 혹하는 마음이 있었다. 안그래도 비싼 등록금을 반으로 깎아주겠다니. 여태까지 내가 빚내서 낸 등록금만 해도 천만원이거늘. 이게 웬일이래? 그것도 20대에겐 관심도 없던 정치인들이?


분명 대학교의 등록금은 비싸다. 필자가 대학교 입학할때 냈던 등록금이 정확히 495만원이었다. 당시에 학교 등록금을 두고 고등학교에서 같은반 아이들과 순위권 싸움을 한적이 있었는데 반에서 다섯번째로 필자의 학교 등록금이 비쌌다. 하지만 처음에 다가왔던 그 어마어마하던 액수는 몇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필자에게 무신경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려니. 뭐 내가 다니는 대학만 그런것도 아니고 등록금이 비쌌던게 하루이틀인가?


등록금으로 투쟁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가볍게 여기거나 그들의 노력이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등록금 인하를 위한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 등록금보다 더 뼈저리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있을것이다. 특히나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서울의 메이저 대학이 아닌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느끼는 학교의 변화말이다.




등록금이 비싸다고 그렇게 난리를 치고 학생들이 시위를 하고 그것이 정치권의 커다란 이슈가 되고 선거철이 다가오고 하면서, 결국에는 반값등록금이 정책화 되었다. 그리고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이 확정되고 대학에 대한 등록금지원이 이루어지고 나서부터 대학교 감사와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 정부가 모든 학교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수도 없거니와, 한국에 대학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 중 부실한 대학은 퇴출을 시키거나 자구적 노력을 통해 대학 스스로 체질을 개선하게끔 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의 지원을 위한 기준을 마련했고, 기준미달이 되는 학교를 부실대학으로 선정해 지원제한을 두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부실대학에 대한 선정기준은 취업률, 재학생충원율, 전임교원확보율, 교육비환원율,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장학금 지급, 등록금과 관련한 대학의 재정건전성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대적 평가지표 외에 정부가 지정한 절대 지표로서 존재하는게 취업률, 재학생충원율, 전임교원확보율, 교육비환원율이다.


사실상 중요한 것은 바로 정부가 지정한 절대지표다. 저 절대지표중에 2가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부실대학으로 지정되 대출에 제한이 걸린다. 지난 2012년도 2학기 부실대학 선정에서 정부가 지정한 절대지표의 선정 기준은 4년제 대학의 경우 취업률 50%, 재학생충원율 90%, 전임교원확보율 61%, 교육비환원율 100% 였다. 이 기준에서 3가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무조건 부실대학으로 선정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교 측에서 결국 신경쓰는 것은 취업률과 재학생충원율이다. 언론에 부실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이 대부분 충족하지 못한 기준이 바로 저 두 지표다. 이렇다보니 학교측에서는 가장 민감한 지표가 되었다. 올해 들어서 지표의 비중을 조정했다지만 정부가 지정한 절대지표가 존재하는 한 저 비중의 변화가 의미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년 실업이라는 말이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오늘날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들이 맘먹고 자기 마음대로 취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정부는 반값등록금 재정지원을 위한 부실대학 선정기준으로 취업률을 뽑아들었고, 이러하다보니 학교측에서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취업하라고 재촉이다. 어떻게 해서든 학생이 졸업을 하면 최대한 빨리 취업을 해야 학교도 살 수 있으니까 학생의 선택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학교가 더이상 책임질 영역이 아닌 것이다. 졸업여건에 취업캠프를 넣고 학생들에게 이거 안가면 졸업도 시켜줄 수 없다고 협박하며, 취업만이 살 길임을 대학생들에게 더욱 깊이 각인 시켜준다.


그런데다가 점점 취업과는 연관이 없는 학과가 사라지고 있다. 실상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학교의 취업률과 관련해 예술대나 인문대의 경우 일자리 자체가 굉장이 적고 취업의 문이 상당히 좁아서 취업률이 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취업률 절대지표로 인해 학교는 취업률의 평균치를 깎아먹는 인문계와 예술계쪽의 학과를 가만히 둘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폐합시키는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학에서의 인문학과 예술의 몰락이 시작된 것이다. 한번 대학교의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라. 과거에 대학교의 인문계열에 존재했던 학과들을 생각해보고 지금 대학교 홈페이지에 존재하는 인문계열 학과의 수를 비교해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학교의 경우엔 국제어학부, 문화콘텐츠학부, 아동학과만 존재한다. 이게 뭔가 대체.


고등교육을 배우고 배움의 자유라는 유일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대학교에 왔고, 등록금이 너무 비싸 등록금을 깎아달라는 요구를 했을뿐인데, 그 댓가로 대학생들은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지금 어떤 고등학생이 자신이 배웠던 것을 더욱 심화시켜서 더 깊은 학문을 추구하고 싶어서 대학교에 간다고 한다면, 그 학생은 대학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대학은 그런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학생의 배움의 자유와 선택권에 대한 권리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돈은 엄청 내는데 말이다. 한 학기에 500만원이라는 돈을 내고 내가 원하는 공부도 할 수 없다면 대학교는 왜 가야하는 것인가?


학생들은 이러한 대학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한다. 대학교에 등록금을 인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내고 배우는 학생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더 분노해야한다. 대학이 취업스펙의 하나일뿐이라는 소리를 들었을때도 한국에서의 대학의 위상은 참 굴욕적이었는데 지금은 취업학원으로 전락해버릴 위기에 놓였다. 이러한 실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고등교육으로서의 대학에 미래는 없다.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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