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013. 2. 27. 18:33


방학이 다 끝나간다. 길고긴 방학의 끝자락에서 마음이 뒤숭숭하다. 방학을 허무하게 보냈다는 생각. 이런저런 고민과 뭔가 해야된다는 의무감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채 허우적거리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분명 겨울방학을 맞이하기 직전에 다짐했던 것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잊어버렸다.


요즘 이렇게 자꾸 잊어버린다. 기억했던 것과 기억해야할 것들을 말이다. 자꾸 그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으며 잊으려고 한다. 바보같이 말이다. 그런 물음을 던져봐야 괴로울 뿐인데, 잊혀지지도 않고 잊을 수도 없는데.


2년 전부터 책을 잡았다. 어른들은 틈나면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책 좀 읽어라' 인데 그렇게 읽으라고 다그쳐도 읽기를 싫어했던 내가 책을 손에 잡은 것이다. 그리고 이래저래 2년정도 책을 읽고 나서 한가지 느낀게 있었다. 내가 지금의 나를 참 싫어한다는 것을. 책 속에 적혀있는 온갖 좋은 말들과 글들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른채 책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나를 보는 순간 내 자신이 텅 비어있음을 느꼈다. 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책 어딘가에서 나를 완성시켜줄 좋은 무언가를 찾으면 그걸 나의 것으로 하고 싶은 욕망에 내가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저런 변명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이번 방학때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분명 책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난 책을 잘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책에 빠져있는동안 나는 나를 잃어버린다. 내 삶도 내 생각도 내 마음도 잊은채 책에 빠져버린다. 하아. 바보같다.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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