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이렇게 돌아간다. 안철수와 민주당의 통합 신당 창당 합의라니. 질려버린 정치에 관심끄고 살았지만, 이 소식을 들으니 코웃음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도통 명분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합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도 왜 이 타이밍에? 게다가 이 합당이 2017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합당이란다. 기가 찰 노릇이다. 또 안철수 vs 문재인 2탄 찍을라고?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1년이 지나고, 대선이 끝난지 채 1년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우리는 2012년 안철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기억하고 있다. 그가 새정치라는 이름을 걸고 민주당과 새누리당에 대적했을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양분되어 좁아진 정치 스펙트럼을 넓혀줄 새로운 대안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그는 새정치를 떠들었다.


그리고 그의 행보는 우리가 봤던대로다. 그는 새누리당에게도 까이고 민주당에게도 까였다. 그가 말한 새정치 때문에. 안철수는 우리나라 정치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정치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정치현상을 만들어내며 옛 정치진영을 쥐락펴락 한 것이 바로 2년전이다. 물론 그가 한 것은 별거 없다. 새정치를 떠들었을 뿐. 하지만 그것만으로 국민의 희망이 되었다. 안철수 현상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했다. 구 정치에 더 이상 국민들이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우리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고, 그에 대한 절망과 분노가 안철수를 지지하는 힘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했다. 정말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아닌 다른 대안정치가 국민들에게 필요했다. 정치가 바뀌길 바랬다. 그리고 그 희망을 안철수에게 걸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나 역시도 새정치를 떠들었던 그의 행보가 기대되었고, 그가 이제 막 정치를 하는 사람인지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정치는 그가 만드는 당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자 그럼 다시 따져보자. 안철수와 민주당은 합당하기로 했다. 무슨 이유로? 대선이 끝나고 1년 6개월 동안 민주당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대선책임론으로 당내에서 투닥거리는데 6개월을 허비하고, 국정원 사건은 1년이 훌쩍 넘어가는데 아직도 해결을 보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의 공약 불이행에 대해 떠드는 것은 좋은데, 민주당도 약속을 못지키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민주당은 이 박근혜정부 임기 1년 동안에 뭘 한 것인지 알수가 없다. 이런 정당의 어떤 점을 보고 안철수는 합당의 의지를 밝힌 것인가? 안철수도 마찬가지다. 도통 안철수의 새정치는 준비과정의 삐그덕대는 소리만 있었을 뿐, 보여준 것이 하나도 없다. 그가 보여준 것이라곤 힘들게 영입한 인사들을 너무나도 어이없게 잃는 모습 뿐이었다. 심지어 그 이유도 사람들이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게다가 그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민주당과 여전히 대립적인 인물이었다. 민주당도 그를 색깔없는 양비론자라고 비난했다. 근데 왜 안철수와 합당하는가? 안철수는 정치권에서 보여준 것도 없고 색깔도 없는 사람인데?


야합이니 뭐니 해도 정치권에서는 다 벌어질 일이니 그냥 이제는 웃어 넘길 뿐이다. 절차적 문제도 있지만 이번 합당은 애초에 명분이 전혀 없는 합당이다. 명분을 찾을 수가 없다. 있다면 새누리당을 이겨야 한다라는 명분 뿐. 그건 민주당이 허구한 날 내걸었던 명분이다. 근데 안철수가 그 명분을 따라간다? 그렇다면 그의 새정치는 오늘로 끝인 것이다. 안철수가 민주당의 어떤 모습을 보고 합당을 결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다 따르지 않는 것도 그렇고, 민주당의 현재 모습을 봤을때는 명분 없는 섣부른 합당이라는 결론 이외엔 어떤 답도 보이지 않는다.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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