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의 '내란예비음모'사태가 터진지 6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지난 17일 이석기는 1심 공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공판 결과가 나오자 정치권의 반응은 달랐다. 여당은 당연한 결과라며 사법부의 판결을 받아들인 반면, 민주당과 통진당은 사법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통진당의 이상규의원은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에서 검찰이 기소하지도 못한 RO조직과 진보적 민주주의를 재판부가 갑자기 거론한 것과 재판부가 인정한 증거가 범죄를 입증하기에는 불충분 함에도 불구하고 유죄판결을 내린 것을 지적하면서 이번 판결이 6.4 지방선거를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만 이러한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다. 진보좌파 성향의 네티즌들과 유명 트위터리안들도 이번 재판부의 판결에 우려를 나타냈다. 대부분 이번 사건이 사상의 자유와 표현안에서 허용될 정도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 한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진중권은 이석기도 미쳤지만 검찰과 판사도 미쳤다고 트위터에 끄적였다. 그리고 많은 진보좌파의 사람들이 이번 이석기의 판결을 과거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진보당 탄압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된 진보에 대한 사법부의 정략적 판결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말한다.


근데 난 이번 재판결과를 떠나 이러한 진보좌파 사람들과 정치인, 지식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난다. 사법부가 정치 상황에 따라서 논란이 될 판결을 했던 것은 오래전 과거나 오늘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군사정권이 끝나고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꾸준히 있어왔다. 이석기의 공판 결과를 두고 정치적 판결, 정치판사라고 말하는 진보좌파 진영의 이야기가 오늘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보수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법부의 재판 결과를 두고 그 판결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가져올 때마다 이들은 사법부를 비난했다. 증거의 조작, 판사나 검찰의 인맥, 정치성향 등을 언급하면서 끊임없이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뒤흔들었다. 답답한 것은 왜 이런 언플만 실컷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사법부의 판결을 보며 정치적 판결이라고 느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면, 필요한 것은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판결의 공정함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도 못하면서 허구한 날 "정치판사", "정치적 판결"이라는 진부하면서도 짜증나는 말만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오래전부터 계속되는 판결의 논란을 보고 있으면 바보라도 깨닫게 된다.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할 만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일은 하지도 않으면서 법을 집행한 판사가 미쳤니, 검찰이 돌았니, 민주주의가 죽었니 소리만 하고 있으니 이것처럼 무능한게 어디있는가. 지식인들도 그렇고 국가를 바꾸어야할 정치인도 다 마찬가지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판사, 검찰 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좀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문제를 해결할 노력이나 구체적인 대안 없이 사법부를 비난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만 떨어뜨리고 자신들의 무능함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제 얼굴에 침 뱉고 있는거나 다름없는 짓이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면 그 책임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지식인과 정치인에게 있다. 잘못되었다면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주었다. 억울하면 사법부와 법을 비난하지말고 바꿔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계속 자신들의 무능함을 입증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진보좌파와 야당들. 제발 좀.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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