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 기대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썸머 누드입니다. 초호화 캐스팅에 야심작으로 내놓는다는 게츠쿠 드라마로 기대를 모았는데 생각보다 영 시청률이 안나오고 있습니다. 1화는 그래도 17.4%로 흥행이 되나 싶었는데 2화에 시청률이 급락했죠. 근데 이것도 보면 그럴만 하다 싶습니다. 여름처럼 밝으면서도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를 그려보겠다고 요란스럽게 시작한 것 치고는 갈 길이 너무 멀어보이거든요.



(남주인 미쿠리야 아사히 역의 야마시타 토모히사)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간의 러브스토리를 진행시키기에 각각의 케릭터가 가진 설정이 너무 무겁고 깊다는데 있습니다. 특히나 이 남주는 딱 봐도 사랑하기에 준비가 전혀 안된 사람이에요. 과거의 여자에게 미련을 가지고 해바라기마냥 계속 기다리고 있는 남자에게 다른여자가 눈에 들어올리가 없죠. 사실 이 설정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빈틈이 있다면 말이죠. 남주의 마음에 다른 여자가 비집고 들어올만한 틈이라던지 허술한 부분을 만들어 주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런게 하나도 없습니다. 전 여친에 대한 마음이 너무나도 굳건한 설정입니다.



(여주인 치요하라 나츠키 역의 카리나)


여주도 남주와 마찬가지입니다. 시작부터 결혼 상대자가 택시타고 도망쳐버리는 황당한 설정으로 시작되는 이 여주는 남주와 다를바 없는 상태입니다. 사랑했던 사람과 결혼까지 했는데 그 연인은 급 도망치고 자신은 홀로 남았죠. 이런 상황에서 바로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게 가능할 리가 없죠. 오히려 남주보다 더 사랑할 준비가 안된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남주든 여주든 적어도 상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라고 할만한 요소는 이 드라마에서 아직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시작부터 투닥거리고 서로의 과거를 찌르기만 하는 관계로서 아주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러브스토리라고 했으니 결국엔 이 둘이 이어질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떤식의 전개를 해나갈지 전혀 감이 안잡히는 상황입니다.





차라리 여주의 설정이 좀 가벼웠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여주로 카리나를 선택한 것도 전 그냥 캐스팅했다고 보여지지 않거든요. 카리나가 웃을때 은근히 나가사와 마사미랑 닮은 구석이 있는 만큼 여주를 어느날 갑자기 남주앞에 나타난 전 여친과 비슷한 느낌의 여자로 설정을 잡았으면 차라리 지금보다 훨씬 스토리 진행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죠. 남주의 빈틈을 끌어내 러브스토리도 진행하고, 그러면서도 갈등하는 요소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남주의 세컨드 설정으로 등장하는 타니야마 하나에 역의 토다 에리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남주의 설정이 너무 무거운 나머지 세컨드라는 설정으로 등장한 타니야마 하나에는 졸지에 왜 있는지도 모를 케릭터가 되버렸습니다. 10년동안 주인공을 쫓아다니면서 좋아했고 같이 친분을 쌓고 살았다는 사이 치고는 전혀 친밀함도 없고 살가움도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적어도 전혀 알지못했던 사이로 등장하는 여주보다는 훨씬 가까운 모습이어야 할텐데 전혀 그렇지도 않습니다. 남주는 나츠키나 하나에 모두에게 똑같은 태도입니다.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설정이다보니 왜있는지도 모르겠는 케릭터인데다 지루함과 답답함만 가중시키고 있죠. 10년동안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 10년을 좋아한 간절함도 보는 사람들이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하나에라는 케릭터가 적극적이었다면 이 드라마가 훨씬 흥미진진했을것 같은데 말이죠. 남주가 저렇게 찌질한 케릭터인데 세컨드마저 이렇게 소심하고 답답하면 답이 안나오죠.



(남주의 사라진 전 여친 카스미 역의 나가사와 마사미) 


이런상황에서 이 드라마의 최대의 적은 바로 저 카스미입니다. 오히려 드라마의 진행에 상당히 방해되는 요소에요. 러브스토리가 이 드라마의 주요내용인데 이 드라마의 러브스토리의 진행을 막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제대로 된 러브스토리를 진행시키고 싶다면 빨리 저 전 여친 카스미라는 케릭터를 떨칠 필요가 있어요. 안 그러면 드라마 내내 모든 케릭터가 저 전 여친 케릭터에 휘둘리다가 드라마가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끝나지 싶습니다.




사실 전체적으로 봤을때 썸머 누드는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끼운 것이 아닌가 싶어요. 여름과 해변이라는 배경으로 밝은 느낌을 연출하려고 의도한 것 같은데 케릭터들은 전부 무겁고 진지하고 꽉막힌 구석이 있어서 조화가 안되고 있어요. 여름, 해변, 사랑 전부 따로 놀고 있습니다. 각각의 인물간의 관계도 상당히 따로 노는 느낌이구요. 오로지 지금 상황에서 눈에 들어오는건 남주와 전 여친인 카스미 뿐입니다. 이 드라마의 러브스토리의 중심은 나츠키와 하나에인데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나츠키와 하나에에겐 관심도 안가고, 오히려 카스미는 어떻게 되었나. 카스미와 아사히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것만 궁금해요. 문제는 다음화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단 말이죠. 어쨌든 썸머 누드는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시청률은 둘째치고 드라마 자체가 의도한 것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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