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언어

저자
프랜시스 S. 콜린스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09-11-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류 최초로 31억 개의 유전자 서열을 해독, 우리 몸의 지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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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게놈프로젝트연구소 소장으로 있었던 프랜시스 콜린스의 신의 언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과학과 종교의 조화를 위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내가 보기엔 조화라기보다는 독립에 더 가까운 느낌이지만. 프랜시스 콜린스의 입장은 분명하다. 과학과 종교는 양립이 가능하며, 서로 보완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 이야기하는 그의 논리는 빈약하다. 그가 지지하는 유신론적 진화의 관점은 이신론의 입장에 굉장히 가까운 것이다. 세계의 창조에 대해서는 신께서 모든 것을 하셨지만, 그 이후에는 자연법칙의 흐름에 따라 신의 개입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명의 흐름인 진화의 절정에 도달한 인간, 그리고 그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정신적인 활동, 필자는 그러한 정신적인 활동을 위한 정신적인 영혼만큼은 신이 창조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느끼는 아쉬움은, 그가 종교에 있어서 어떤 증거와 명확한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감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기반과 증거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아예 과학 그 자체를 이용해서 신앙을 지지하고 조화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연구하며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에 대해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는 필자는 진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완전히 지지하면서도 그 모든 진화의 시작이 신이라는 뻔한 주장을 펼친다. 과학이 밝혀낼 수 없는 부분은 여전히 무수히 많으며, 그 부분에 대해 종교는 충분한 대답과 새로운 관점을 제시 할 수 있다는 그 뻔한 주장말이다. 


그는 지적설계론에 대해 이야기하며 종교가 근거 없이 과학을 이용해 과학이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종교가 빈틈메우기를 시도하려한다는 것에 대해 간파했음에도 유신론적 진화, 다른 말로 '바이오스로고스' 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자신이 주장하는 것은 빈틈메우기가 아니라는 오묘한 대답을 한다. 그도 알고 있다. 자신의 관점이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것이 명확한 무엇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주장했던 칸트의 도덕법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거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신의 존재를 지지하고, 물질계를 설명하는 과학과의 독립을 시도함으로서 과학과 종교가 양립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칠 뿐이다. 내가 보기에 이건 조화가 아니라, 그냥 서로 간섭하지 않는 독립일 뿐이다.


사실 필자가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데 있어서 더 위험해보이는 것은 그가 성경의 내용과 과학의 조화를 위해 시도하는 과정가운데서 성경을 시적, 또는 신화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종교계가 인정할 수 있을까? 모세가 쓴 창세기와 여러 저서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신화적이고 시적이라는 그의 주장을 과연 종교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의 이러한 지적은 성경을 어떻게 보아야하는지에 대한 논란을 더욱 부추긴다. 필자는 과학적 관점(그리고 필자는 과학을 완벽한 사실로 인정한다.)에서 성경을 보았을때 창세기의 이야기는 신화적, 시적 요소로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과학적 관점과 반드시 충돌할 수 밖에 없으며, 그는 그렇기 때문에 성경의 앞부분은 신화적, 시적인 비유로 씌여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필자의 시도속에 종교와 과학의 양립할 수 없는 한계가 드러난다. 종교가 지지하고 있는 기반이 되는 경전과 그 경전을 통해 만들어진 교리가 과학과 대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반드시 맞닥드리게 되는 것이다. 종교인들이 믿고 있는 기적적인 요소와 경전의 이야기는 비유나 신화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진실이자 사실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종교인들이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는 한, 과학은 반드시 종교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더 재미있는 것은 필자가 마지막에 꺼낸 예수의 '부활'의 문제다. 부활은 완벽히 자연법칙을 위배한 하나의 사건이다. 필자는 여기에 대해 그가 신이라면, 자연법칙을 잠시라도 위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말 과학자답지 않은 답변을 내놓으며 마지막에 신앙쪽으로 기운 대답을 내놓기에 이른다.


과학과 종교의 조화에 대해서 나는 필자의 마지막 부활의 문제를 보면서 깨달았다. 부활은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핵심이다. 그리고 이는 과학법칙을 완전히 위배하는 사건이다. 저 하나의 사건은 과학과 종교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그리고 영원히 조화할 수 없는 하나의 상징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종교와 과학이 조화를 이루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지금의 과학과 종교가 과학과 종교가 되기를 포기하는 것뿐.


2012.07.04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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