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과 관련한 논란으로 또 일주일이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주겠다."는 약속이 공약할때와 달라진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애초에 인수위 시절부터 기초연금이 공약했던 것과는 달리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기초부분에다가 20만원이 안 되는 부분만큼 채워주는 방식”이라는 드립으로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였고, 그에 관한 인수위의 구체적인 안이 나왔을때는 국민연금의 개편을 통한 조삼모사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번의 기초연금공약 후퇴는 필연적이었으며, 후퇴하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는 당연히 대통령이 져야 할 몫이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대통령은 강행돌파를 선언한다. 국민연금가입기간과 소득으로 차등지급하게 되는 기초연금제도가 공약후퇴가 아니라는 선언과 동시에 국민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청와대의 의지는 확고하니, 이제 남은 것은 이 제도를 실행시킬 아랫사람들이 따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박근혜의 사전에 '장관 사퇴'라는 것은 절대 있을 수가 없었다. 왜냐고? 그렇게 하면 공약 후퇴를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


근데 망할.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을 안듣고 사퇴를 해버렸다. 그의 측근은 "기초연금 등 복지 공약 후퇴 책임지고 장관직 사퇴할 것"이라는 말을 했지만, 당사자인 진영은 "공약 이행에 대한 책임 사퇴"가 아닌 박근혜의 기초연금안과 자신의 의견이 전혀 맞지 않음을 선언하고 사퇴함으로서 완전히 자신을 복지 공약의 책임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간단히 말하면 그냥 '복지 공약 후퇴' 폭탄을 박근혜에게 집어 던진 셈이다.


알다시피 진영 복지부장관이 주장하는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지급'안은 박근혜 인수위 시절에 나왔던 것이고, 지금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른 차등지급'안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어차피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이 국민연금의 가입기간도 길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이든, 연금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이든, 어차피 차등.) 그런데 진영은 마치 자기가 더 나은 안을 제시한 것 처럼 떠들면서 박근혜와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이 사태는 박근혜에 대한 진영의 뒷통수 갈기기이며, 국민들에게 면죄부를 받기 위한 진영의 발악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진영이나 박근혜나 거기서 거기다. 두 안 모두 기존의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에서 한참 후퇴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근데 마치 진영은 '나는 더 나은 제안을 했는데 그네누나가 말을 안듣는다'는 식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이런거에 속아주면 안된다. 박근혜가 진영의 통수로 곤란해진 건 다른 의미로 웃기는 일이지만, 진영을 잘했다고 칭찬할 일도 아니다. 쇼하는 것에 대해서 즐기는 마음으로 구경은 하되 그의 얄팍한 속임수에 속아서는 곤란하다.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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