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요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사태로 정국이 어수선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채동욱 사태의 시발점에는 조선일보가 있다. 학적기록부에 기재된 '채동욱'이라는 동일이름만으로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고 쐐기를 박아버린 조선일보에 사람들이 가한 비판은 엄청났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비난받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비난받는 이유다. 공직자에 대한 의혹제기에 앞서, 도대체 조선일보가 그 개인정보를 어떻게 획득했는지 사람들은 주목해야한다. 그리고 그 정보는 당연히 보호되어야할 정보였다는 점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조선일보가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보호받아야할 개인의 정보를 마음대로 공개해버렸다는 것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공직자의 도덕성을 검증하겠다는 공익을 내세웠지만, 그들이 취한 태도가 개인의 사생활을 해친다는 것을 그들은 간과해버렸다. 왜 그랬는지는 뻔하다. 그들은 이슈를 점하는데 미쳐있기 때문이다.



▲ 9월 13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오늘 분회 공정보도위원회 보고서(ⓒ미디어스)


근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이슈를 점하는데 미쳐서 기본을 지키지 않는 언론을 비판하는 다른 여타 언론들의 태도가 조선일보와 별반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의 보도에 맞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태도를 취하며 조선일보의 회장의 혼외자식에 대해 보도를 했고, 편집국장은 뻔뻔하게 "유료화 서비스로 시작한 이번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로만 봐주길 바란다" 그리고 "정치적 판단에 대해서는 해석하는 사람의 자유다. 그렇게 본다"라는 발언을 했지만, 이는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생각지 않는 조선일보와 하등 다를바 없는 태도였고, 이는 당연히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까일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벌어진 조선일보와 미디어오늘의 보도 태도에서 그들이 잘못한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그들의 보도 태도는 '혼외자식'인 당사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보도다. '혼외자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 '혼외자식'인 사람들이 언론에 의해서 강제로 사람들에게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들은 언론이 말하는 공직자도 아니고 심판의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특종을 보도해야한다는 이슈경쟁에 미쳐서, 개인의 정보는 물론 그들의 생활에 까지 침투해 건드려서는 안될 곳까지 들쑤시고 다니고 있는 것이다.



▲ 17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최영해 논설위원의 '오늘과 내일' 칼럼(ⓒ미디어스)


이런 가운데 오늘 동아일보는 조선일보가 받은 엄청난 비판을 보면서도 정신을 못차렸는지, 칼럼에서 되도 않는 창작물을 올려서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진짜 미친 것 같다. 오늘 동아일보의 사설을 통해서 드러난 것은, 어떤 언론이든 이슈의 선점과 그를 통한 언론매체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이 인간들은 무슨짓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성역이라는 것은 정말 없다. 오로지 이슈 선점만 하면 되는 것이다.





▲ 최영해 논설위원의 창작물을 패러디한 미디어스


이런 상황에서 참 암울한 것은, 우리나라의 흔히 말하는 조중동의 이런 질 나쁜 언론의 태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대안언론들이 조중동의 이런 태도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그들의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미디어스는 최영해 논설위원의 저 글이 얼마나 지저분한 글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최영해 논설위원의 글의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와 내용만 바꿔서, 최영해 논설위원과 똑같은 짓을 했다. 이는 나쁜 짓을 비판해야할 언론이 나쁜 짓을 그대로 흉내내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걸보고 동아일보를 욕하기만 할 뿐 미디어스의 태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미디어스의 패러디는 최영해 논설위원이 한 것과 다를바 없는 행동이다. 미디어스는 개인의 인권을 짓밟는 언론에게 똑같이 개인의 인권을 짓밟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렇게 행동한다면 어떻게 대안언론이 지금의 언론의 태도를 비판할 수 있는가? 그들이 하고 있는 행동의 근본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그들의 행위를 그대로 따라해 그들을 비판한다면 언론이 제대로 개선될 수 있을까?


조중동을 비판해야할 언론이 조중동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 이유는, 조중동의 행동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다른 언론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인해서 그들은 조중동과 급이 같아진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제발 부탁이다. 이 땅에서 제대로된 언론이 되고 싶다면 철저하게 스스로를 검증하길 바란다. 물론 요즘 언론이 기업과 권력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균형있는 보도를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저질스런 보도를 따라하지는 않아야한다. 이건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조중동이 괜히 찌라시로 불리겠는가. 이번일로 언론 전체도 반성해야한다.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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