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부터 연예인에 대한 네티즌들의 혹독한 질타가 이루어 질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이 있다. 내가 이런 불편함을 처음으로 인지하기 시작하게 만든 사태는 바로 '2PM의 재범탈퇴사건'이었다. 그룹 2PM의 리더였던 박재범이 과거 미니홈피에 올렸던 글(한국비하발언)이 문제가 되어 4일만에 박재범은 그룹 2PM을 탈퇴하게 되었고, 팬들은 이러한 소속사의 결정을 납득하지 못하면서 인터넷상에서 재범을 비난하는 사람들과 2PM팬들이 뒤섞여 한동안 난장판이 되었던 그 일 말이다.


재범이 자기 개인공간에 끄적인 글들은 사실 정말 별거 아닌거었다. 아니 사실 그보다 더 한 쌍욕을 써놨어도 상관없을 일이었다. 하지만 네티즌은 박재범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 주제에 한국을 비하했다고 흥분했고 "양키 고 홈"을 외쳤다. 그래서 결국 박재범은 정말 미쿡으로 떠났다.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애국심이라고 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였다. '한국을 까서는 안된다'는 당위가 박재범을 한순간에 최악의 연예인으로 만들었고 그를 한국에서 있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사태를 접한 우리 모두는 재범에게 적용시켰던 그 이데올로기를 스스로에게 적용시키지 못한걸까? 그랬던 것 같다. 골수 한국인인 우리도 평소에 한국을 깐다. 살기 힘든 이 나라를 나같은 청년은 정말 자주 깔 것이다. "좆같은 씨발 한국 살기 힘드네." 라고 말이다. 이런 가운데 재범에게 들이댔던 그 애국심의 당위를 나에게 한번이라도 적용시켜봤다면 재범을 그렇게 깔 수 있을까? 그럴수 없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그렇지 않았다. 재범에게 들이댄 그 애국심을 나에겐 적용시키지 않고, 오로지 재범에게만 적용시켜 돌을 던졌다.


내가보기엔 미쿡에서 살다가 한국와서 연예인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그 느낌을 한 껏 담아 욕 한바가지를 한다고 해도 별 문제 될게 없어보였다. 왜냐? 골수 한국인인 우리도 하니까. 하지만 네티즌은 그렇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왜 그들은 애국심이라는 이름을 걸고 심하게 박재범을 깐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네티즌의 행동은 합리적이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이러한 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내가 느낀건 한가지였다. 네티즌이 이데올로기를 기치로 내걸고 폭력을 행사하는걸 즐긴다는 것 말이다.


그 이후로도 여러 사태가 있었다. 아이비 동영상 사건, 티아라 탈퇴 사태, 카라 멤버 불화 사태와 더불어 이번 방송태도 논란, 아이유 은혁 사건, 그리고 이번 클라라 거짓말 사태까지. 내가 기억하는건 이정도다. 근데 이 사태에서 네티즌이 보인 반응은 한결같다. 바로 도덕이나 방송태도와 같은 어떤 이데올로기적 가치로 그들의 태도나 행동을 비난하면서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내가 네티즌의 댓글을 폭력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들이 비난을 하면서 내거는 이유와 그들의 비난의 정도가 도저히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도 지키지 못할 도덕적 잣대를 너무 쉽게 그들에게 적용하고 그로 그들이 해온 모든 활동에 대해 부정하고, 마치 인간 쓰레기들인 것 마냥 까는 행동을 보고 있으면 불편함을 참을 수가 없다. 물론 그들의 미숙함과 실수에 대해 가볍게 지적할 수는 있다. 아니 그정도여야 했다. 하지만 네티즌은 도를 넘어 연예인을 비판하고 그들을 완전히 짓밟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


나는 이번 클라라 사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녀가 한 거짓말에 대해서 가볍게 지적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도를 넘어 비난을 하고 있다. 그녀를 비판하기에 앞서 그녀에게 적용시킨 그 도덕성을 나한테 잠깐만 적용시키고, 다시 한 번 그녀가 한 행동을 보면 완전 때려 죽여야할년으로 보이지는 않을 거다. "좀 마음에 안드네." 또는 "꼴시럽네." 정도에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상하게 클라라가 방송에서 사라지길 바라듯 계속 까고 있다. 근데 이런 행동이 단순히 그녀 한 사람에게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면서, 나는 네티즌들이 이 행동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가끔 네티즌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있으면 그들 안에 내재된 폭력성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면 결국 사회적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제대로된 근거를 제시하기 어려우니 어쩌랴. 일베현상도 제대로 파악못해서 전문가들이 그냥 "저새끼들은 미친새끼들이다."하고 넘기는게 우리 사회이거늘. 어쨌든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이 좀 잘 이루어져서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베만 문제가 아니다.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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