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급 나라가 들썩였다. 이석기 통진당 국회의원의 '내란예비음모'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힌 것. 이름도 생소한 이 범죄혐의 한방으로 정국은 다시금 색깔론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야권은 벌벌 떨기 시작했다.
뭐 일단 이 소식을 접하자마 첫번째로 이해가 안되는 것 중 하나는 왜 국정원이 이렇게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면서 수사를 하는지였다. 은밀하게 움직여 문제를 파헤치고 결론을 지어 검찰에 넘겨야할 그들이고 그 전까지도 그렇게 해왔을터다. 그런 그들이 왜 안그래도 국정원이 존나 욕먹는 타이밍에 이런 소란을 피우면서 자신들의 수사를 떠벌리고 다니는가. 도둑을 잡으려면 은밀하게 움직여 확실하게 잡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 덕분인지 이석기 의원은 변장을 하고 텨 버리지 않았는가. 물론 이건 사실인지가 확실치 않지만.
게다가 또 이해가 안되는건 왜 이석기만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는지다. 만약 국정원이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고 혐의가 확실하다면 이석기는 현행범으로 다루어도 전혀 문제되지 않을 인물이다. 그런데 그들은 이석기만 체포영장 미발부 상태로 의원실 압수수색만을 벌였다. 내란예비음모죄의 핵심인물이 될 수도 있는 그를 내버려 둔 채로 말이다. 무슨말이냐면 이는 이석기의 혐의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실을 급습했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는 국정원의 말과 지금의 상황은 뭔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 이석기의 행동도 이해가 안된다. 그는 체포당하지도 않는 상황인데 어디 숨어서 잠적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나와서 이 상황에 대해 입장발표를 해야할 당사자는 없고 당대표만 나와서 떠들고 있는 상황이 지금의 사태를 해결해 줄 리가 만무하다. 그의 이런 태도로 인해서 정국은 더욱 들끓고 있는데다 국정원의 행동은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어쨌든 국정원은 이번 수사를 통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국은 여권쪽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남은 것은 어떻게 이 수사를 결론 짓는가의 여부일 것이겠지만 이미 국정원과 여권은 지금 상황으로도 충분히 여론을 자신들의 흐름으로 끌고오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안보문제는 민감한 문제이자 성역 아니던가. 국정원의 이 수사는 엄청난 결론을 내지 못해도 충분히 '안보'로 정당화될 여지가 있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이미 그들은 반쯤 먹고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통진당은 좀 더 자신들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할 과제가 생겼다. 이번 사건으로 통진당은 맘만 먹으면 '종북'으로 까일 수 있는 호구정당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지금의 현실은 지금껏 애매한 태도를 취해 온 통진당의 사람들이 초래한 측면도 없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정당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수사의 결론 여하에 따라 통진당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수사의 결론이 무혐의로 그친다면 앞서 말한 과제에 대해서 통진당은 충분히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한다. 안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당할테니까.
정치권의 분탕질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린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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