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의 7일간. 엄청 웃으면서 봤던 일드다. 재미도 있고 나름 교훈도 준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아라가키 유이가 정말 가장 이쁘게 나온 일드가 아니었나 싶다. 여고생 역할도 잘 어울리고.


일드 여배우들은 뭐랄까. 자주 역변하는 걸 보게 된다. 데뷔 초때는 정말 이쁘게 나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데뷔 초때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달까, 아니 그보다는 그 이미지를 잘 못지킨다는 느낌이다. 작품과의 연계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이후의 작품들을 보면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아라가키 유이는 역시 긴 머리가 잘어울린다.)



이 드라마의 주요내용은 아빠와 딸이 전설의 복숭아를 먹고 몸이 뒤바뀐 후, 서로의 삶을 대신 살게 되면서 몰랐던 상대방을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서 아빠와 딸의 관계는 가부장적인 아빠를 어려워하는 딸, 그리고 자신을 멀리하는 딸의 눈치를 보는 아빠의 관계다.


가족관계를 회복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는 주제다.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것이 그냥 단순히 내가 상대를 이해하겠다고 마음먹어서 이해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설사 상대의 삶을 알고 있다고 해도 아는 것과 내가 그것을 직접 내 삶의 한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나의 지평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이라는 것은 나로부터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기때문에 완전한 이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오랜시간과 과정을 거쳐야만 어느정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짧은 텀에 모든 것을 담아내야하는 일드로서는 이 주제의 무거움과 긴 과정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일드는 몸이 뒤바뀌는 설정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는 긴 과정도 어느정도 극복하고 이 주제가 무겁게 갈 수 있는 것을 가벼우면서도 재미있게 소화해냈다.





이 드라마가 참 재미있는 이유는 서로의 삶에 던져진 아빠와 딸이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지평속에서 아빠와 딸의 삶을 살아내는 것을 너무 실감나게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순히 살아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까지 보여준다. 


이것이 재미와 교훈을 둘 다 잡은 확실한 지점이 아니었나 싶다. 서로가 인격과 몸이 뒤바뀌었기 때문에 사실은 몸만 다를뿐 여전히 아빠와 딸은 그대로이다. 하지만 뒤바뀐 몸으로 상대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에 서로는 어쩔수 없이 상대방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해서 상대방의 방식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딸의 삶을 아빠가 살고 아빠의 삶을 딸이 살고 있으니까.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딸은 아빠의 삶의 지평을 바꾸고 아빠는 딸의 삶의 지평을 바꾼다. 물론 서로가 자기방식대로 또는 마음대로 상대의 삶의 지평을 바꾸는게 아니다.



(아빠가 자신의 몸을 볼까봐 불안해서 자신의 몸을 씻기고 있다. 이 장면은 극 중 자주 등장한다.)



(목욕할 때 뿐만 아니라 몸이 바뀐 후 여러가지를 의논하는 아빠와 딸)


서로가 함께 대화하고 조언하면서 상대의 의견을 참고하면서 자신의 방식을 행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과정의 마지막에 이르러 완전하진 않지만 서로를 어느정도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기가막힌 연기로 이 드라마를 완전히 주도한 아빠(타치 히로시))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드는 최고의 요소를 꼽으라면 바로 저 아빠다. 인격이 바뀐 연기를 너무 실감나게 잘했다. 각키도 연기를 잘했지만 정말 타치 히로시의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이 드라마가 이렇게 흥미로울 수 있었을까? 


어쨌든 꼭 보시길. 너무 재밌고 보고나면 여운도 좀 남는 좋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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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뜨기 이전에 대한민국에서 아주 유명했던 사이트는 단연 싸이월드였다. 일촌이라는 말과 도토리를 유행시키며 돌풍을 일으켰던 싸이월드는 블로그와 같은 자신만의 글과 사진을 올리는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친밀한 사람들과 그 공간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나 역시도 그 싸이월드에 미쳐있었던 사람이고 지금과는 다르게 그곳에서 엄청난 글을 써댔다. 하루에 2~3번씩. 참 대단하구만. 그런 의욕이 지금은 어디로 간건지.



(절대로 쇠락할 것 같지 않았던 싸이월드. 지금은 내 주변에서도 하는 사람을 찾기 드물다.)


싸이월드는 지금의 SNS와는 다르게 어느정도 폐쇄성을 지니고 있었다. 일촌을 맺은 사람만이 자신의 공간에 써진 글과 사진을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의 일촌 모두에게 내 공간을 오픈한다는 점에 있어서 싸이월드는 열린 측면도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지금의 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이러한 싸이월드가 가진 어느정도의 폐쇄성마저도 완전히 무너트리고 최대한의 넓은 네트워크망을 구축하는 공적인 공간을 추구했다. 싸이월드도 사실상 SNS 서비스와 다름이 없지만 지금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싸이월드보다 더 단순해지고 더 넓어진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소통할 더 열린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SNS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 다르지만 사실 싸이월드에 익숙했던 우리로서는 이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도 마찬가지로 같은용도로 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이월드가 몰락한 이유는 스마트폰의 발전과 통용, 그리고 그에 맞게끔 개발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모바일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사람들이 모바일을 통해서도 나와 관계된 사람들과 빠르게 관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싸이월드는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SNS의 단순성과 더 강화된 개방성이, SNS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그것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빚게 만들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말았다.


(140자로만 쓸 수 있는 트윗은 물론, 페이스북도 내용은 더욱 짧아진 대신 양은 증가했다.)


싸이월드에서도 난 개인적으로 그것을 통해 상대방과 소통을 하다가 오해를 산 적이 꽤 있었다. 당시 지인들은 내가 쓴 글의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자주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나 그 내용이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거나, 뭔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길때 더욱 그랬다. 내용이 짧거나, 추상적인 내용일수록 그러한 오해는 더욱 심했다.


하지만 이러한 오해는 SNS에서는 거의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상대에 대한 배경적인 이해나 앎 없이 우리는 오로지 그 텍스트만으로 의미를 파악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를 잘 알고 있을만한 지인도 나의 글을 보면서 그 내용과 의미에 대해 숱한 문제와 오해를 제기해왔다. 그런데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도 관계하는 SNS에서는 오죽할까?


지금의 기성용과 윤석영선수의 사태에 대해서도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쉽게 왈가왈부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설령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가린다고 해도 나는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게된 것에 최강희감독과 기성용 윤석영 선수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다. 글을 쓴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그 글이 오해를 살 수도 있고 또 모든 사람들이 볼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치 못한 기성용선수나 윤석영선수에게도 문제가 있고 해외파 선수들의 불만이 있는 것을 알았음에도 이러한 지경에 다다를때까지 그들과 직접적 대화를 하지 않은 최강희감독에게도 문제가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객관적 사실을 알려주는 공적인 역할을 하는 언론은 그 사건이나 인물이 가진 배경적인 영역을 다 알지못하고 사건의 단면만을 이야기할 때가 많다. 이런 경우 단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점을 조심해야한다. 사람과의 대화든 SNS든 언론이든 우리는 그것들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좀 더 제대로된 판단을 하려면 상대나 사건이 가진 배경과 내막을 충분히 알고나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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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지금 정치권이 개판이 됐습니다. 오늘자 신문들도 가관이네요. 특히 조중동은 합심이라도 했나요? 1면 기사제목 똑같이 하자고 입이라도 맞췄습니까? 아니면 삼위일체입니까? 






국정원이 대화록을 공개했죠? 이런 외교적 사안을 일반인도 아무렇지않게 상세하게 볼 수 있게 해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 다 공개합시다. 전부요. 타국과 외교적 협상하는거 일반인에게 전부 투명하게 공개해서 어떠한 의심도 남지 않게끔 하도록 합시다. 국민들의 알권리는 매우 중요하니까요. 안그렇습니까?


이번 국정원장 남재준도 정말 골때리네요. 아무리 원본이 아니라지만, 발췌본이든 대화록의 요약본이든 외교적 사안이 담긴 문서입니다. 이런걸 개인이 독단적으로 처리한다는게 말이됩니까? 그 파장은 생각안합니까? 국정원의 명예가 외교적 문서 공개로 회복된답니까? 국정원이 이런거 하는 조직인가요?


북한이 무슨 국가냐? 테러단체지. 하면서 이들이랑은 외교 자체가 성립하지도 않는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정신차리세요. 엄연히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기도 하지만 국가입니다. 그리고 이런 북한과 하는 모든 관계 설정이 외교입니다. 테러집단이니까 저놈들이랑 우리가 대화하거나 협상을 할 이유는 없다라고 생각을 해도 북한은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고 북한과의 외교는 불가결한 겁니다. 무슨 감정 앞세우면 일이 해결된답니까?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거 몰라서, 정상회담하고 그러나요? 그럼 정상회담한 대통령들은 다 욕먹어야됩니까?


앞으로도 북한과의 외교는 피할 수 없는데, 대화록은 공개해버렸습니다. 이제 앞으로 북한은 이걸 걸고 넘어질 겁니다. 외교적 사안을 다 공개해버린 것에 대해서 말이죠. 비공개회담 같은것도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북한과의 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외교적 관계를 갖는 것도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이건 다른 의미로 남북관계의 악화죠. 북한이 앞으로 뭘 믿고 우리나라랑 협상을 할까요? 외교의 기본도 안지키는데요.


뭐 NLL 포기 발언을 들고 나온 여권이 국정원 사건의 물타기를 하려 한다 어쩐다 소리가 있는데, 그런걸로 연관지으면 피로감만 쌓이니 집어치우고 공개한 전문이나 한번 보죠. 노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다는 발언이 있나요? 지금 올려놓은 사진 한번 살펴보시죠.


단호하게 말해서 없습니다. NLL 포기 발언도 없고 NLL을 바꿔야 한다는 것도 평화협력지대로 바꾸자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죠. 근데 지금 보수언론이랑 여당에서는 이걸 NLL을 포기했다는 식으로 악의적으로 보도를 하고 있어요. 아니 어디 포기발언이 있습니까? NLL이 영토선으로 주장되고 있다는 걸 노무현 대통령도 너무 잘 알고 있을만큼 이 NLL의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데 말이죠. 어디 그런 발언이 있나요? 서해바다를 통채로 내줬다는 그 발언 어디 있나요?


"그렇고 이걸 풀어나가는데 좀더 현명한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거기 말하자면 NLL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그건 옛날 기본합의에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고 여기에는 커다란 어떤 공동의 번영을 위한 그런 바다이용계획을 세움으로써 민감한 문제들을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큰 틀의 뭔가 우리가 지혜를 한번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죠..."(이게 회담에서 노통이 NLL에 대해 처음으로 발언하는 겁니다. 기본취지죠. 기본합의에 연장선상에서 협의한다라고 명확히 되어있죠.)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의 일부만 봐도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볼 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문재인 의원이 지금 빡쳐서 녹취록 원본 공개하자고 주장하고 있죠. 개판입니다. 이거 공개하는 것도 골때리는 일이지만 공개되었을때 여권의 이러한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어떻게 책임을 집니까? 전부 의원직에서 사퇴할 것도 아니고.


NLL 포기 발언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항상 이런식으로 난장판의 정국을 만드는 걸 성공시켜온 것이 여당입니다. 그 상황속에서 희생당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죠. 정치가 이런 걸 하라고 있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죠. 오늘도 국민들은 극도의 피로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정치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가질테죠. 정치가 개판입니다. 문제는 이걸 정리정돈 해줄 사람이 없다는 거죠.


NLL대화록 상세한 전문은 프레시안 기사에 잘 나와있네요. 링크 겁니다. 전문 다 읽어보시고 판단들을 하시죠?


링크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30625101343&section=01


Posted by h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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